미·중 갈등과 고관세 충격 속 세계 공급망이 동맹 체제로 재편된다
전장·반도체·조선·방산 기술력 부각…한국 산업 입지 강화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 중심’에서 ‘신뢰 기반 동맹’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
전장·반도체·조선·방산 기술력 부각…한국 산업 입지 강화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 중심’에서 ‘신뢰 기반 동맹’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주요국이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동맹 체제로 다시 묶기 시작하며 △자동차 △반도체 △조선 △방산 등 한국 주력산업이 새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북미·유럽에서 신뢰 기반의 파트너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향후 3년이 공급망 구조가 완전히 뒤바뀌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미국과 유럽은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 전환과 전장화 확대에 맞춰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이미지 센서 등 고난도 전장 반도체에서 글로벌 완성차의 협력 요청이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는 유럽 위탁생산 중심으로 인포테인먼트·전장 모듈 공급을 강화하며 북미와 유럽을 잇는 전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모비스·SL·위아 등 2차 공급망 기업들은 북미 현지 생산 거점을 넓히며 공급망 재편의 실질적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공급망 이동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장비·패키징·인공지능(AI)칩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대만·일본 중심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로직 칩, 차세대 패키징은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핵심 기술로 평가되며 글로벌 공급망의 전략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선·방산 공급망의 재편 폭은 한층 더 깊다. 미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해군 조선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한국 조선업이 주요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고난도 함정, 군수지원함 기술과 친환경 기자재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유럽·중동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메탄올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전환 선박 수요 급증은 기자재 기업까지 수혜 범위를 넓히며 국내 조선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배터리·핵심광물 분야에서도 공급망 전환이 동맹 중심으로 이동하며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략자원 규제 강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3사와 협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이 산업 이슈를 넘어 안보 전략으로 편입되며 기술과 신뢰를 갖춘 한국 기업이 구조적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공급망 대응 전략을 실질적으로 공고히 했다. 삼성은 반도체·AI 인프라 확충과 지역 균형 투자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국내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현대차그룹도 미래차·로봇·AI 개발과 전동화 라인 고도화에 집중해 2030년까지 5년간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평균 25조 원을 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대전환 흐름이 사실상 방향성을 굳힌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며 ‘첫 정비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