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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개발 완료…차세대 AI 메모리 양산 돌입

이전 세대보다 대역폭 2배·전력 효율 40% 향상…독자 기술 'MR-MUF'로 수율 확보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 GPU 핵심 공급사 부상…주가 20년 만에 최고치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개발 성공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의 핵심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개발 성공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의 핵심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 개발을 마치고 대규모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고 공식 발표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격차' 위상을 재확인했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아키텍처 '루빈'의 핵심 공급사로 입지를 다진 가운데 이번 발표가 나오자 SK하이닉스 주가는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연초부터 늘어난 시가총액만 800억 달러(약 111조 원)를 넘어섰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12일 6세대 HBM 기술인 HBM4 제품에 대한 내부 검증과 품질 보증 절차를 성공리에 마치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다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주요 고객사들에 HBM4 샘플을 제공하며 삼성전자,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이 완료된 HBM4는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4는 데이터 전송 통로인 대역폭을 두 배로 늘리면서도 전력 효율은 40% 높였다. 특히 핀당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Gbps를 웃돌아, 업계 표준(JEDEC)인 8Gbps보다 약 25% 빠르다. 이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전체 성능을 최대 6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 10나노 5세대 공정을 적용했고, 독자 기술인 'MR-MUF(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 공정을 고도화했다. 이 기술은 칩을 쌓아 올릴 때 생기는 열을 효과적으로 밖으로 내보내고 휨 현상을 최소화해 제품 신뢰성과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막대한 전력을 쓰는 상황에서, 고성능과 저전력을 함께 이룬 HBM4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조주환 HBM 개발 담당은 "HBM4 개발 완료는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독보적 기술력으로 경쟁사 압도


시장은 SK하이닉스의 HBM4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생태계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전문 사모펀드 트라이오리엔트의 댄 나이스테트 부사장은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아키텍처에 필요한 핵심 AI 메모리가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업체이며, 이번 발표는 회사가 경쟁사들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거세지만, 아직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넘어서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마이크론 역시 HBM4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받으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당분간 'HBM=SK하이닉스'라는 공식이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황민성 리서치 디렉터는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2026년까지 HBM 시장 점유율 50~60%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 '초격차'에 시장은 주가 폭등으로 화답


이러한 기대감은 주가를 곧바로 끌어올렸다. HBM4 양산 준비 소식이 전해진 금요일, SK하이닉스 주가는 7% 넘게 오르며 2000년 이후 최고가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90% 가까이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주가도 각각 40%, 80% 가까이 올랐지만 SK하이닉스의 오름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 800억 달러(약 111조 원) 넘게 늘었다.

기록적인 주가 상승은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마감된 2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매출을 기록했는데, 전체 매출의 77%가 HBM에서 나왔다.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실적에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회사는 올해 전체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고, AI 관련 수요가 2026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을 통해 AI 시대 핵심 공급망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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