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새로운 전기 SUV EV5가 북미 시장에 출시되지만,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만 판매될 예정이다. 기아는 EV5를 캐나다에서 선보일 계획이지만, 미국 시장 도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결정은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드문 사례로, 특히 미국과 캐나다가 비슷한 소비자 취향을 공유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EV5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 플랫폼은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에도 적용된 바 있다. EV5는 EV6보다 작은 크기로, 디자인 면에서는 EV9를 축소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 크기는 토요타 RAV4와 비슷한 수준이다. EV6이 800볼트 플랫폼을 사용하며 후륜구동(RWD) 또는 사륜구동(AWD)을 제공하는 반면, EV5는 400볼트 플랫폼을 탑재하고 전륜구동(FWD) 또는 AWD를 선택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현재 EV5는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생산되며 주로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EV5는 기아의 판매 실적을 반등시키는 데 기여했다. EV5 출시 이후 기아 중국법인의 판매량은 7년 만에 20만 대를 돌파하며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미국 시장에서는 EV5가 판매되지 않을 수 있다. 기아는 EV5가 중국 시장을 위해 저가격대로 기획된 점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 모두 100% 관세를 부과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캐나다 시장에서는 싱가포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 출시될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캐나다 시장에서 EV5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테슬라 등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경우, EV5가 대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EV5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지 않는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V5의 합리적인 가격과 직선적인 SUV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 특히 전기차를 처음 구매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EV9의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높은 가격이나 3열 시트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말 EV5와 EV3의 북미 시장 출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출시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캐나다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출시 모델은 테슬라 스타일의 NACS 충전 포트를 탑재할 예정이며, 향후 조건이 맞는다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캐나다 소비자들은 오는 14일 시작되는 '캐나다 국제 오토쇼'에서 EV5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오토쇼를 통해 EV5가 캐나다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