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10일 창립 70주년을 맞이한다. 1953년 설립한 ‘대한중공업공사’를 모태로 하는 현대제철은 1978년 철강사업을 이뤄내겠다는 열망이 강했던 현대가의 일원이 된 뒤 비약했다.
또한 자산총액과 매출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에 이어 현대차그룹에서 4위다. 세계철강협회(WS)가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철강기업 순위(조강 생산량 기준)에서 11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의 제철 사업 진출은 필연이자 숙명이었다. 창업기와 성장기를 거쳐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그룹은 △건설·토목 △조선 △자동차 △건설기계 △철도차량 △항공기 △육해공 운송수단에 적용하는 엔진 등 부속품 △공작기계에 이르기까지 철강재를 주재료로 하는 제품 생산과 인프라 구축 사업을 주로 추진했다.
그러다 보니 철강재 소비량이 많았다. 주력 사업이 급성장했던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모든 기업 가운데 철강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은 현대그룹, 지금은 계열분리돼 모그룹의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그룹 등 범현대가 기업이다.
2004년 한보철강 인수에 성공한 뒤 현대제철은 기존 주력 사업인 전기로에 이어 고로(용광로) 일관제철 사업을 추진했고, 2013년 고로 3기의 상공정과 열연‧냉연 등 하공정을 갖춘 충남 당진제철소 역사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민간기업 최초로 고로사업을 성사시켜 국내 고로 사업 경쟁시대의 문을 열었다.
당진제철소에서는 초고장력 강판은 물론 자동차 강판 개발‧생산 기술의 꽃이라고 불리는 외장재까지 생산해냈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그랜저, 쏘나타, K9, K5 등 현대자동차‧기아의 모든 차종에 적용해 제품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를 봐도 완성차 업체가 제품과 소재까지 수직계열화한 사례는 있으나 철강재까지 자급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한발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의 ‘자원 순환형 그룹’으로 거듭났다. 현대제철이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생산한 열연강판을 소재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만들고 현대차와 기아가 완성차를 생산한다.

특히 현대제철의 안정적인 철강재 공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 수단의 전동화 추세에서 그룹의 역량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기간 모든 자동차 업체가 주춤할 때 현대차‧기아는 다수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발표하며 판매를 늘렸고,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글로벌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제철이 전기차에 맞게 개발한 경량화 철강재 등이 숨은 기여자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숨 가쁜 외형의 성장기를 보낸 후 최근 수년간 사업의 안정화와 고도화·내실화에 집중해왔다. 그리고 창업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지향점 정립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 초 열린 전사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회사 창립 70주년을 맞는 올해를 “100년 제철소로 만들기 위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지속가능한 철강사’가 되기 위해 강한 도전정신으로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기발표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춰 저탄소 철강 제품 개발을 늘리고, 친환경 이동 수단과 주거 공간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대제철이 가장 강점을 가진 고로와 전기로 운영 경험을 살려 둘의 장점을 결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새로운 방식의 쇳물 생산 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