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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3자 담판 열리나"… '현대판 얄타' 전망에 흔들리는 亞 전후 질서

선전 APEC 정상회의서 '시진핑·트럼프·푸틴' 사상 첫 3자 정상회담 가능성 부상
중간선거 패배한 트럼프, '레거시' 노린 과감한 외교 드라이브… G2 대신 'G3 분점' 시나리오
러시아, 對中 의존 탈피 및 다극화 지렛대로 아세안 밀착… 일본은 전략적 존재감 상실로 소외 위기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간의 3자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간의 3자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의 정치적 여파를 안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11월 아시아 외교 무대가 전후 국제 질서를 뒤흔들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특히 오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사상 첫 '미·중·러 3자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국·영국·소련 3국 정상이 전후 세계 분할을 논의했던 '얄타 회담'에 빗댄 '현대판 얄타 체제(G3)'의 출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아세안(ASEAN)의 헤징 외교와 일본의 전략적 입지 축소가 맞물려 아시아 역내 역학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11월 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17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한 뒤 곧바로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로 이동한다.
당초 필리핀은 아세안 회의 일정을 11~13일로 계획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속 참석을 유치하기 위해 선전 회의 직전으로 날짜를 전격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선거 패배한 트럼프의 '레거시' 본능… 선전서 '미·중·러 3자 담판' 거론


국제사회의 시선은 마닐라보다 선전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올해 세 번째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푸틴 대통령까지 합류하는 3자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주요 외신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과반을 모두 잃어 국내 정책 동력이 약화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는 자신의 정치적 유산(Legacy)을 남길 유일한 독자 영역이다.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재출마가 불가능한 트럼프는 의회의 견제를 우회해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 위해 훨씬 더 대담하고 파격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중·러 3국이 세계 질서를 분점하는 'G3 구도'가 1945년 얄타 회담의 데자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사사카와평화재단의 아비루 다이스케 수석연구원은 "푸틴은 러시아의 국력이 미·중과 동등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며 "그의 목표는 G3의 일원이 되려고 무리수를 두기보다, 미·중 양국만의 배타적인 'G2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외교적 종속을 피하려는 모스크바 입장에서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적절한 긴장과 분열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고립 탈피 노리는 모스크바… '에너지·원전' 앞세워 아세안 밀착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다극화 외교의 핵심 교두보로 삼고 있는 파트너가 바로 아세안이다.

러시아는 1990년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외무장관 시절부터 아시아를 다극 세계의 핵심 축으로 보고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강력한 제재와 고립 작전 속에서도 아세안은 러시아를 국제무대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카잔 선언'은 유엔 헌장을 언급하면서도 침공에 대한 직접적 규탄 없이 에너지 협력 확대를 명시했다.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원유와 가스 수입선 다변화가 절실한 아세안 국가들에게 러시아산 에너지는 필수적인 실리 카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러시아의 원전 기술 수요도 치솟고 있다. 베트남이 대형 원자로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달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초로 러시아산 소형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짐보 겐 게이오대 교수는 "아세안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박을 홀로 막을 수 없기에 법치 원칙을 유보하고 실질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중 택일을 강요받지 않으려는 아세안에 다극 질서를 주장하는 러시아는 전략적 헤징(위험 분산)을 위한 유용한 지렛대"라고 분석했다.

무너진 '균형자 일본'… G3 체제 도래 시 역내 소외 위기


문제는 전후 아시아 안보 질서에서 미국의 동맹이자 역내 균형추 역할을 자임해 온 일본의 존재감이 급속도로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과거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중국의 무리한 팽창을 저어하며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중·일 관계는 전후 최악의 경색 국면에 빠졌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에 대해서도 도쿄는 뚜렷한 전략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 경제 침체로 인해 아세안 내에서 일본이 지녔던 자본과 기술의 우위마저 급격히 잠식당했다.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만약 선전 APEC을 기점으로 미·중·러 중심의 '신(新) 얄타 체제'가 가시화된다면, 이는 강대국 간의 밀실 야합을 경계해 온 아세안뿐만 아니라 외교적 공간을 상실한 일본에게도 심각한 전략적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며 "전후 아시아 안보를 지탱해 온 다자주의와 가치 외교의 틀이 강대국 패권 거래 앞에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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