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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간선거 참패에 美 외교 후퇴론…중동·유럽 안보질서 흔들리나

FT "이란 전쟁 부담에 미국의 국제적 역할 축소 가능성"
이란 영향력 확대·유럽 동맹 불안…재정적자와 무기 부족도 제약 요인
지난 9월 12일(현지시각)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서 전투기가 야간 비행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월 12일(현지시각)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서 전투기가 야간 비행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미국의 국제적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발과 막대한 재정 부담이 맞물리면서 미국이 해외 군사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이같은 방향으로 전환할 경우 중동에서는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11·3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분석한 기획기사에서 공화당의 대패가 미국의 국제적 역할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7일(현지시각) 진단했다.

FT는 특히 이란 전쟁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군사작전을 확대하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 확대 부담…중동 세력균형 변화 가능성


미국 외교정책 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지역은 중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선거가 끝난 뒤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세 번째 항공모함을 이동시키고 있으며 국방부는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작전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패배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공화당의 선거 패배 원인으로 이란 전쟁을 직접 지목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되기 전부터 군사개입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외교노선 논쟁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현재 이란과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낮춰 설명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간선거 이후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확대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충돌을 끝내고 철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경우 중동의 세력균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FT는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전쟁이 오히려 이란을 걸프 지역의 실질적인 패권국으로 남겨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정권을 유지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드러냈다.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와 주변 걸프 국가들의 기반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FT는 바레인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가 심각하게 파손돼 재건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 지원에만 의존하기보다 이란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외교 부담 확대…미국과 관계 재정립 압력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는 이스라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T는 이란 전쟁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변화를 거론한 점에 주목했다.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미 확산하고 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란 전쟁에 끌어들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두 주요 정당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이다.

FT는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성향 연정 세력을 교체하는 정치적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지난달 총선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이 과반 의석을 잃으면서 새로운 정부 구성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FT는 미국의 중동 개입 축소가 현실화하면 이스라엘도 기존의 안보·외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동맹국도 안심 어려워…우크라이나 지원 불확실성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것을 유럽 동맹국들이 반드시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전통적인 동맹 관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일방적인 외교행보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FT는 미국이 과거처럼 국제 안보질서의 중심 역할을 다시 맡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해외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오히려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의 위협보다 서유럽 내부의 민주주의 훼손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고 발언해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 민주당 역시 해외 군사개입 확대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FT는 민주당의 진보 진영에서도 장기적인 해외 전쟁에 대한 반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더라도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 안보정책이 복원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가채무 GDP의 127%…군사력 유지에도 제약


FT는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촉진할 구조적인 요인으로 재정 부담과 군사적 자원의 부족을 지목했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27%에 달하며 재정적자는 GDP의 약 6% 수준이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순항미사일과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탄 등 핵심 군수품 재고도 크게 줄었다.

FT는 소진된 무기 재고를 다시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존 군사력을 복구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해외 군사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생활비 부담과 높은 휘발유 가격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FT는 이란 전쟁과 연결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공화당의 패배에 영향을 미친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데 정치적인 부담을 느낄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여건에서는 해외 안보 개입보다 미국 내부의 경제와 사회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순위로 부상할 수 있다.

FT는 미국의 동맹국들도 앞으로 자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더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이 더욱 고립주의적인 국가로 변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미국의 국제적 역할 축소가 본격화할 경우 중동의 세력균형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질서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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