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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 기뢰 한 발에 멈춰 선 세계 물류… 인공지능 자율화에도 전문 소해 전력 유지해야 하는 속사정

- 미국 해양안보 싱크탱크 분석 보고서, 기뢰 위협의 불확실성이 운송비와 전쟁보험료 급등 초래
- 전 세계 해상 무역량 80% 담당하는 바다에서 호르무즈·흑해·홍해 수로 봉쇄 위험 현실화
- 한국 수출입 가치사슬 방어 목적 기뢰 대응 무인화 추진… LIG D&A·한화시스템 공급망 연결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 무기가 바다를 누비는 시대에도 해저에 가라앉은 기뢰 한 발이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0%를 담당하는 핵심 공급망을 일거에 마비시키는 비대칭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 무기가 바다를 누비는 시대에도 해저에 가라앉은 기뢰 한 발이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0%를 담당하는 핵심 공급망을 일거에 마비시키는 비대칭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 무기가 바다를 누비는 시대에도 해저에 가라앉은 기뢰 한 발이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0%를 담당하는 핵심 공급망을 일거에 마비시키는 비대칭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 바다 밑 폭발물이 실제로 터지지 않더라도 부설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 자체가 선박 보험료와 해상 운임을 끌어올려 주요 길목을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유와 주요 산업 원자재 대부분을 바닷길 수송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와 국가 안보 관점에서도 해역 통행 안전을 지켜낼 전문 기뢰 대응 전력 확보는 필수 과제다.

병목 해협 흔드는 기뢰의 경제적 강압 구조


미국 비영리 해양안보 싱크탱크 국제해양안보연구소는 2026년 9월 3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해군 예비역 제독 마시모 비아넬로와 예비역 최고하사 조반니 조르굴리의 분석 보고서를 게재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량의 약 80%, 거래액 기준 70% 이상이 해상으로 이동한다. 국제 주요 해협이 막히면 그 충격파는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금융망으로 곧장 번져나간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0~25%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기뢰가 발휘하는 비대칭 통제력을 입증한 대표 공간이다. 이란 정부가 선포한 광범위한 항행 위험 구역 조치는 실제 기뢰 부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쟁위험 보험료 폭등과 민간 상선 운항 중단을 불렀다.

군사적으로는 배가 다닐 수 있어도 경제적 잣대로는 바닷길이 차단되는 역설이 벌어진 셈이다. 과거 1988년 4월 미국 해군 호위함 새뮤얼 비 로버츠 호가 기뢰에 부딪혀 선체가 반파됐던 사건처럼, 첨단 군함도 해저 기뢰 앞에서는 치명적인 방어 한계를 드러냈다.

흑해 전장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주요 항구 접근로에 보호 기뢰를 깔아 러시아 해군의 해안 상륙 기동을 억제했다. 개전 이후 폭풍으로 계류선에서 풀려난 우크라이나 표류 기뢰가 루마니아와 튀르키예 연안까지 떠돌며 민간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홍해 일대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이 드론과 해상 기뢰를 결합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연안 어업과 물류 항로를 압박했다.

킬체인 완성 한계와 유·무인 복합 체계 구축


기뢰 대항 작전 분야에서는 자동 표적 인식 기술과 복합 센서 융합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현존 인공지능 기술이 기뢰의 탐지·분류·식별·무력화로 이어지는 전체 작전 연쇄망을 인간 개입 없이 온전히 자동화하기에는 기술 신뢰도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방위산업 분석가 에이 페리는 정보 수집 능력이 늘어났다고 해서 작전 완수 역량까지 확보된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미국 해군의 연안전투함 기뢰 대응 체계 사업도 무인 시스템 개발 지연과 장비 간 통합 난항으로 전력화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신기술이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유인 전문 전력을 섣불리 줄이면 감당하기 힘든 방어 공백이 발생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유럽 주요국 해군이 유인 함정과 무인 체계를 엮는 절충 모델을 선택한 배경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전용 모함에서 무인 소해 장비를 기뢰 위험 구역 안으로 들여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해상 지원함을 거점으로 삼는 무인 기뢰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군은 기뢰 폭발 충격을 견디는 비자성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선체의 전문 소해함을 유지하면서 자율 시스템을 얹는 방식을 채택했다. 1907년 헤이그 협약 제8조와 산레모 해상무력행사 매뉴얼이 명시한 교전 종료 후 기뢰 제거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도 현장 기뢰 대응 능력 유지는 필수 요건이다.

수출 물류망 리스크와 해군 기뢰전 무인화 과제

주요 해역의 기뢰 분쟁은 한국 수출입 제조 기업의 원자재 조달 단가와 해상 운임을 밀어 올리는 직접 위험 요인이다. 원유 도입선이 막히면 석유화학 및 전방 제조업 가치사슬 전반에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이에 대응해 대한민국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승조원의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 작전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뢰전 무인화 전력 구축에 착수했다.

방위사업청 계약 실적 기준으로 LIG D&A는 889만 달러(약 120억 원) 규모의 수중자율기뢰탐색체 체계개발을 수주해 연구개발을 완료했다. 한화시스템은 소해함과 무인수상정에 탑재되는 자율항법 기반 차세대 기뢰제거처리기 개발에 참여하며 양산 체계 진입을 추진 중이다. 수중 위험물을 탐색하는 체계와 이를 직접 격파하는 무인 장비가 국내 방위산업 공급망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중동과 동유럽 바닷길의 군사적 대치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는 국적 해운사들의 우회 항로 유류비 지출 추이가 단기적인 물류비 관리 변수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는 엘아이지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해양 무인 체계가 한국 해군 실전 부대에 안착해 해외 방산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가 구조적 변화의 핵심이다.

분쟁 해역의 위험 구역 지정이 외교적으로 전면 해제되거나 무인 잠수정의 센서 오탐지율이 제때 개선되지 않아 군 당국이 사업 예산을 조정할 경우에는 전력 개편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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