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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AI→SI' 개명…새 용어에 법적 혼선 우려

기존 계약은 그대로 두고 60일 내 새 정의 추진…포브스 “정부계약·법률 해석 쟁점 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아메리카닷거브 출범 행사에서 AI 기반 정부 웹사이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아메리카닷거브 출범 행사에서 AI 기반 정부 웹사이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를 ‘슈퍼 인텔리전스(SI)’로 바꾸기로 하면서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정부계약과 기존 법률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새로운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슈퍼 인텔리전스 시대의 개막’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4434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 행정부는 공식 서신과 대외 소통, 웹사이트, 보고서, 정책문서 등에서 AI와 인공지능 대신 SI와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용어 변경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SI에 AI와 다른 별도의 법적 정의가 부여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3일 분석했다.

인공지능(AI) 과학자 랜스 엘리엇은 포브스에 낸 기고문에서 특히 미 연방정부가 체결하는 계약과 법률 문구에서 AI와 SI의 정의가 달라질 경우 해석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당장은 이름만 바꿔…법적 정의는 기존 AI 그대로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법률상의 AI 정의를 즉시 폐기하거나 변경한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은 새로운 SI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당분간 그 의미는 미 연방법전 15편 9401조 3항에 규정된 기존 AI 정의를 그대로 따르도록 했다.

이 조항은 AI를 사람이 정한 목표에 따라 현실 또는 가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예측·권고·결정을 할 수 있는 기계 기반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연방정부 문서에서 명칭은 AI에서 SI로 바뀌지만 법적으로 지칭하는 기술의 범위는 기존 AI와 동일하다.

또 이미 체결된 정부계약이나 기존 규정, 대통령 조치, 보조금, 과거 문서의 AI 표현을 SI로 고칠 필요도 없다.

행정명령은 이들 기존 문서를 명칭 변경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당장 기존 계약의 효력이나 적용 대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60일 내 새로운 SI 정의 마련…여기서 문제가 복잡해진다

포브스에 따르면 법적 쟁점은 다음 단계에서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에게 행정명령 발효일로부터 60일 안에 연방 차원의 SI 정의를 신설하기 위한 입법 문구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새로운 정의를 만들면서 기존 AI 정의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범위를 확대하거나 수정할 것인지, 기존 정의를 아예 대체할 것인지도 검토하도록 했다.

기존 법률에서 AI를 언급하고 있는 조항을 SI에 맞게 수정하는 이른바 ‘정합성 개정’ 방안도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포브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법률적 복잡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SI 정의가 기존 AI와 완전히 같다면 명칭 변경에 따른 실질적인 법적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SI에 기존 AI보다 넓거나 다른 의미가 부여되면 기존 법률과 정부계약에서 사용된 AI라는 표현이 앞으로 어떤 기술까지 포괄하는지를 놓고 해석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계약 AI와 향후 SI는 같은 기술인가

특히 연방정부 계약이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된다.

미국 정부는 AI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국방·정보기술 등을 조달하면서 계약서와 기술요건에 AI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행정명령 자체는 이미 체결된 계약을 수정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향후 신규 계약에서는 SI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그 정의까지 기존 AI와 달라질 경우 과거 AI 계약과 새 SI 계약의 적용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포브스는 “이 경우 정부와 계약업체가 어떤 기술이 AI이고 어떤 기술이 SI인지, 두 용어가 법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지를 놓고 해석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SI 정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명령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에게 입법안을 제안하도록 한 것이며 실제 연방법을 변경하려면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실제 법적 분쟁이 발생할지는 향후 제시될 정의의 내용과 의회의 입법 여부에 달려 있다.

◇기술계의 '슈퍼 인텔리전스'와 정부 SI도 달라

이번 명칭 변경은 기술 분야에서 기존에 사용돼온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개념과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계에서는 통상 슈퍼 인텔리전스를 인간의 지적 능력을 광범위하게 넘어서는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존재하는 AI 기술 전반을 SI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백악관은 현재의 첨단 기술이 과거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을 때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넘어섰으며 ‘슈퍼 인텔리전스’가 기술의 잠재력과 발전상을 더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부 방침에 따라 연방기관들은 이미 비법률 문서와 대외 소통에서 SI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

결국 이번 조치의 실질적인 파장은 앞으로 60일 안에 제시될 새로운 SI 정의에 달려 있다.

포브스는 단순한 명칭 교체에 그친다면 법률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기존 AI와 다른 별도의 정의가 만들어질 경우 정부계약과 기존 법률의 적용범위를 둘러싼 예상하지 못한 법적 논쟁이 뒤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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