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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테슬라, 로봇 미래 향한 다른 길

현대차는 車사업 수익으로 로봇 키우고 테슬라는 무인차·휴머노이드에 집중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대차그룹 부스에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대차그룹 부스에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보택시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으면서도 서로 다른 전환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는 기존 자동차 사업을 확대해 얻은 수익을 로봇과 자율주행 사업에 투자하는 ‘다리 놓기’ 전략을 추진하는 반면 테슬라는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모두 로봇의 미래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시기와 접근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대차는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신형 투싼을 공개했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 내놓을 100종 이상의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 가운데 하나다.

같은 날 테슬라는 텍사스에서 차세대 로드스터 공개 행사를 열 예정이었지만 악천후로 다시 연기했다. 로드스터는 거의 10년 전 처음 공개됐으며 당초 2020년 출시가 예정됐던 차량이다.

WSJ는 “두 행사가 현대차와 테슬라가 미래 자동차와 로봇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車사업 유지하며 로봇 투자 확대

WSJ에 따르면 무뇨스 CEO가 그리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는 기존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여기서 창출되는 수익을 로봇과 자율주행 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난 8월 투자자들에게 “전략은 말하기는 간단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며 제품 효율성과 현지화를 통해 현재 자동차 사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미래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자동차 신제품 투자를 계속하면서 피지컬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주 내 알파벳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에 공급할 로보택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자체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포함해 2028년 연간 3만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무뇨스 CEO는 이를 ‘세계 최초의 대규모 상업용 로봇 생산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일 뉴욕 행사에서도 “우리는 기술기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철강과 물류, 금융, 로봇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로봇 사업의 강점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운전대 없는 자동차와 옵티머스에 무게

테슬라의 전략은 좀 더 급진적이다.

WSJ는 “머스크 CEO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 사업에서 점차 벗어나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사업의 미래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올해 대형 세단(모델S)과 SUV(모델X)의 생산을 중단하고 해당 생산공간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테슬라의 최근 신차인 사이버캡은 운전대가 없는 차량으로 로보택시 서비스 투입을 전제로 개발됐다.

사이버캡의 일반 판매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머스크 CEO는 연말까지 판매를 시작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본격적인 대량생산 시기도 명확하지 않다.

머스크 CEO는 장기적으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가 오늘날 말을 타는 것처럼 주로 취미 영역에 남게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테슬라는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WSJ는 테슬라 전략의 가장 큰 변수로 ‘시점’을 꼽았다.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머스크 CEO의 예상보다 늦게 성장할 경우 기존 자동차 제품군을 축소한 테슬라가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위험은 반대로 ‘현재 사업’

현대차에도 다른 형태의 위험이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기존 자동차 사업을 유지하고 확대하면서 미래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은 현재 사업의 수익성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시장이 악화하면 당장 돈을 버는 자동차 사업을 방어하기 위해 로봇이나 자율주행 투자를 줄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자율주행차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사례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업계가 신차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제품 교체 속도를 업계 평균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투자 손실과 수요 둔화로 일부 신차 개발을 미루면서 197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신차 가뭄’을 겪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같은 로봇 미래, 다른 시간표

WSJ는 현대차와 테슬라의 전략이 겉으로는 대조적이지만 출발점에는 공통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도 초기에는 기존 제품 판매를 통해 더 큰 미래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지난 2008년 생산을 시작한 첫 번째 로드스터의 판매 수익은 이후 테슬라 사업 확장의 기반 가운데 하나가 됐다.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에서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수익을 대형 로켓 개발에 활용하려 한 것도 비슷한 방식이다.

현재 현대차가 추진하는 전략도 기존 자동차 사업의 수익을 새로운 기술사업에 투입한다는 점에서는 초기 테슬라와 닮았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다만 테슬라가 이미 로봇 중심의 미래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면 현대차는 기존 자동차 사업과 미래 로봇사업을 상당 기간 함께 끌고 가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뇨스 CEO는 과거 유럽의 우주로켓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기술사업에서 정해진 일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은 시간”이라며 계획한 일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결국 현대차와 테슬라의 로봇 경쟁에서 중요한 차이는 어느 쪽이 미래를 더 크게 꿈꾸느냐가 아니라 그 미래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어떻게 버느냐에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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