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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폭염·고금리까지…프랑스 성장률 0.5%로 또 하향

연초 전망 1.0%에서 절반으로 하향…정치 불확실성·에너지가격·기후 충격 겹쳐
10년물 국채금리 4.448%로 2008년 이후 최고…독일과 금리차도 94.5bp
올해 프랑스 정부의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이 반복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재정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프랑스 정부의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이 반복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재정부.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췄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 부담에 정치적 불확실성, 높은 차입비용, 에너지 가격 상승, 극심한 폭염까지 한꺼번에 겹친 여파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5%, 내년은 1.0%로 예상했다. 지난 7월 기준 0.7%에서 0.2%포인트(p) 낮춘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성장률 전망 하향은 올해 들어 반복되고 있다. 연초에는 1.0% 성장을 예상했지만 이후 국제유가와 지정학적 불안, 국내 정치 상황 등을 반영하면서 전망치를 잇달아 조정했다.

국가통계청(INSEE)의 전망은 더욱 낮다. INSEE는 지난 10일 올해 프랑스 경제가 0.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레스퀴르 장관은 현재 프랑스 경제가 서로 다른 성격의 충격이 동시에 겹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에너지 가격 상승, 여름철 극한 기후, 높아진 차입비용이 경제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특히 재정 문제가 프랑스 경제의 취약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여 적자를 관리해야 하지만 경기 둔화가 심해질수록 긴축의 부담도 커진다. 반대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이미 높은 국가부채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경기 부양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정책 선택지가 좁아지는 구조다.

실제 프랑스 국채시장에서는 이런 불안이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11일 4.448%까지 상승했다. 올해 2월 3%대 초반 수준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도 확대됐다. 프랑스 10년물과 독일 10년물의 금리 격차는 94.5bp까지 벌어졌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부담뿐 아니라 기존 부채를 차환하는 비용도 커진다. 이미 국가부채 규모가 큰 프랑스에는 성장률 하락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유로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7.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로존 평균은 88.9%였다.

재정적자 역시 유럽 주요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5.1%로 루마니아, 폴란드, 벨기에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재정당국이 당초 내세웠던 적자 감축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레스퀴르 장관은 재정적자를 GDP 대비 5%로 낮추는 것이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일 경우 내수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적자 감축 속도를 늦추면 금융시장에서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올해 여름 프랑스를 강타한 폭염과 산불, 가뭄도 경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생태전환부는 앞서 올해 여름 발생한 극한 기상으로 프랑스 경제가 GDP의 0.3~0.5%에 해당하는 100억~150억 유로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국채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경제의 문제는 개별 악재 하나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국가부채가 높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기후 충격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경기 부양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경우 세수 감소로 재정 여건이 악화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추가 지출은 다시 국가부채와 차입비용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경제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의 저성장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 전체 경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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