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해외 신탁 과세·보험료 20% 부과에도 "자산가들 이탈 없어" 정면 돌파
홍콩·중국 본토·대만 잇는 중화권에 전용 센터 늘리고 전문 인력·플랫폼 대거 투자
상반기 자산관리 매출 38% 급증… 중동 분쟁 속에서도 UAE 등 부유층 공략 지속
홍콩·중국 본토·대만 잇는 중화권에 전용 센터 늘리고 전문 인력·플랫폼 대거 투자
상반기 자산관리 매출 38% 급증… 중동 분쟁 속에서도 UAE 등 부유층 공략 지속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세무 당국이 역외 신탁 소득과 해외 보험 수익에 대한 과세 칼날을 빼 들며 국경 간 자본 이동에 대한 징세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계 글로벌 대형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오히려 홍콩·중국 본토·대만을 아우르는 ‘대중국(Greater China) 권역’ 부유층 자산관리(WM) 사업에 대한 투자를 2배로 확대(Double Down)하며 공격적인 정면 돌파에 나섰다.
세금 집행 강화가 단기적 문의를 낳을 수는 있지만,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업 승계 신탁 설립과 글로벌 분산투자라는 본질적 수요를 꺾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28년까지 15억 달러(약 2조 187억 원)를 투입해 자산관리 거점과 프라이빗 뱅커(PB)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대중국과 중동·동남아를 잇는 크로스보더 자산관리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9월 7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주디 쉬충웨이(Judy Hsu Chong-wei)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 자산관리 및 개인금융(Wealth and Retail Banking)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국 정부의 역외 세제 집행 강화 조치가 은행의 자산관리 성장세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대중국 투자 확대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원래 전 세계 소득 과세국… 규정 명확화가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해외 신탁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을 자국 개인소득세(IIT) 과세 대상에 전격 포함시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8월 초부터는 상하이 등 주요 본토 도시들을 중심으로 본토 거주자가 홍콩 등 역외에서 수취하는 보험금 및 배당 수익에 20%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로 홍콩 금융가에 본토 자금 유입 위축 우려가 제기됐으나, 쉬 CEO는 시장의 기우를 일축했다.
그는 "일부 고객들이 세금 관련 문의를 해오고 있지만, 실제 자산가들의 행동 양식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법적으로 항상 거주자의 전 세계 소득에 과세해 왔으며, 최근의 조치는 불투명했던 징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집행력을 높이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무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고객들이 전문 자문사와 준법 리스크를 사전에 상의할 수 있게 된 점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세금은 부차적인 고려 사항일 뿐 자산가들이 패밀리 트러스트를 설립하는 근본 목적은 '세대 간 가업 승계'와 '글로벌 자산 배분'에 있기 때문에 정부의 세제 변화가 국경 간 자산관리 수요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7번째 센터 개소… 15억 달러 실탄 투입
스탠다드차타드는 대중국 지역을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의 통로(Wealth Corridor)"로 규정하고,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자산관리 부문에 책정된 총 15억 달러의 투자 예산 중 상당 부분을 홍콩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 연계 허브에 집중 배정했다.
특히 상반기 은행 전체 세전 이익의 3분의 1을 창출한 최대 핵심 시장인 홍콩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쇼핑·금융 중심지인 코즈웨이베이에 홍콩 내 7번째 고급 자산관리 센터를 개소했다.
이로써 스탠다드차타드가 전 세계에 보유한 전체 프라이빗 웰스 센터 중 3분의 1이 홍콩에, 또 다른 3분의 1이 중국 본토와 대만에 포진하게 되어 그룹 자산 인프라의 3분의 2가 대중국 권역에 집결하게 됐다.
이 같은 선제적 투자는 괄목할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산관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급증한 21억 달러(약 2조 8,260억 원)를 기록했다.
최소 2만 5,000달러 이상을 예치한 부유층 고객으로부터 유입된 순신규자산(NNM)은 6월 말 기준 330억 달러에 달했다.
상반기에만 15만 명의 신규 자산가 고객을 순증 유치했고, 기존 고객 15만 명 역시 수탁 자산(AUM) 규모를 추가로 늘렸다.
중동 분쟁에도 UAE 투자 지속… 홍콩·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유치전' 화답
스탠다드차타드는 대중국뿐 아니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중동 페르시아만 지역에서도 철수 없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00만 달러 이상을 예치한 VIP 고객을 위해 단일 전담 PB가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 계좌까지 원스톱으로 총괄 관리해 주는 글로벌 통합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홍콩과 싱가포르 양대 금융 허브가 추진 중인 '부유층 및 패밀리오피스 유치 세제 혜택'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역의 성과보수(캐리드 인터레스트)에 대한 세금 감면 법안을 입법회에 상정해 연내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AS) 역시 단일 가문 패밀리오피스(SFO)에 대한 투자 수익 비과세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쉬 CEO는 "세금 혜택도 중요하지만, 최상위 자산가들이 홍콩과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진짜 이유는 자녀 교육을 위한 최고 수준의 학교 시스템과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 인프라 때문"이라며 "거대한 자본 성장 기회가 아시아에 머물고 있는 한 글로벌 머니의 유입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대중국 자산관리 승부수는, 향후 ‘중국 본토의 세제 압박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중화권 거대 부의 해외 분산과 가업 승계 수요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PB 은행들의 치열한 영토 확장의 대표적 단면’인 동시에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점 삼아 아시아와 중동 자본을 잇는 크로스보더 자산관리 네트워크의 헤게모니를 굳히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