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투자액 5분의 1, 용량은 비등"… 中 AI, 저렴한 전기료·정부 지원에 '가성비 반격'

美 하이퍼스케일러 7850억 달러 vs 中 1400억 달러… 무디스 "자본 지출 격차가 물리적 용량 과대평가"
내몽골 '동수서산' 전략으로 전기·냉방비 절감… 2030년 데이터센터 용량 연 19% 고속 성장 전망
엔비디아 칩 통제·화웨이 프로세서 전력 과소비 숙제… 클라우드 수익화 격차 극복이 관건
중국 인공지능 기업 Zhipu AI의 로고가 2026년 6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부 주최 미디어 투어 중 본사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인공지능 기업 Zhipu AI의 로고가 2026년 6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부 주최 미디어 투어 중 본사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 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5배 이상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전력과 토지 비용, 그리고 전폭적인 국가 지원 덕분에 중국 기업들이 '투자액 대비 컴퓨팅 파워'에서 효율을 내며 미국과의 실질적 연산 능력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최첨단 반도체 칩에서 확고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과 운영 인프라 측면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원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단순한 자본 지출(CapEx) 수치만으로는 실제 물리적 컴퓨팅 경쟁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9월 7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는 최근 발표한 심층 보고서를 통해 "미국 빅테크의 거대한 지출 예산이 기대만큼의 독점적 우위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달러당 더 많은 컴퓨팅 용량을 확보해 미국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美 7,850억 달러 vs 中 1,400억 달러… "지출 격차가 실제 물리적 용량 왜곡"

무디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자본 지출은 1,400억 달러(약 188조 원)로 지난해(650억 달러) 대비 2배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2027년에는 1,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알파벳(구글), 메타, 오라클 등 미국의 5대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전문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올해 합산 지출액은 7,850억 달러(약 1,055조 원)에 달하며 2027년에는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출 규모만 보면 미국이 5배 이상 앞서 있지만, 무디스는 "단순 지출 총액 격차가 양국 간 실제 물리적 컴퓨팅 설비의 격차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미국 데이터센터 설치용량은 52기가와트(GW), 중국은 28GW를 기록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중국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연평균 19%씩 가파르게 성장해 67GW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14%·2030년 100GW 도달 예상)을 크게 웃도는 속도로, 절대적인 격차는 벌어지더라도 상대적인 용량 점유율 격차는 꾸준히 좁혀질 전망이다.

내몽골로 간 AI 훈련… '동수서산' 정책이 만든 초저가 인프라


중국이 자본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비(非)반도체 인프라의 독보적인 저비용 구조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 지도부가 국책과제로 추진 중인 ‘동수서산(東數西算·동부의 데이터를 서부로 보내 연산)’ 프로젝트다.

실시간 응답이 필수적이지 않은 대규모 AI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 워크로드는 전력망이 풍부하고 기후가 서늘한 내몽골 자치구나 간쑤성 등 내륙 허브로 이전됐다.

바이트댄스가 내몽골 우란차부(Ulanqab)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피치 솔루션즈 산하 BMI는 "서늘한 내륙 기후를 활용해 냉방 및 전력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귀중한 동부 해안 대도시의 전력 용량은 실시간 AI 추론 서비스에 집중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부지 무상 제공, 전력 보조금, 초고속 인허가, 파격적인 세제 감면이 결합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엔비디아 제재와 화웨이 칩의 '전력 폭식'… 뼈아픈 트레이드오프


하지만 중국의 '가성비 전략'에도 치명적인 구조적 한계는 존재한다. AI 인프라 지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최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 수급 제약과 전력 소모 효율성 문제다.

무디스는 미국의 첨단 칩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의 최고 성능 가속기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점이 여전히 중국의 최대 병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산 하드웨어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리서치 전문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신 랙 시스템인 ‘클라우드매트릭스 384(CloudMatrix 38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B200 NVL72' 대비 컴퓨팅 파워는 약 2배 수준이지만 전력 소비량은 무려 4.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연산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국산 칩이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는 탓에, 중국의 값싼 전기료 혜택이 하드웨어의 높은 운영 비용을 상쇄하는 데 상당 부분 소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델 성능은 美 오픈소스 맹추격… '클라우드 머니타이제이션'이 최종 시험대


하드웨어의 제약 속에서도 중국의 소프트웨어 모델 역량은 눈부신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문샷 AI의 ‘키미 K3(Kimi K3)’, 즈푸 AI의 ‘GLM-5.3’, 알리바바의 ‘통이치원(Qwen 3.8)’ 등 대표 오픈웨이트 모델들은 글로벌 벤치마크 플랫폼에서 메타의 라마(Llama) 등 서방 선두권 모델들과 대등한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결국, 최종 승부처는 '구축한 컴퓨팅 파워를 얼마나 유의미한 현금 흐름으로 환전할 수 있는가(수익화)'에 달려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최근 분기 클라우드 매출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590억 달러), 아마존(420억 달러), 알파벳(250억 달러) 등은 방대한 글로벌 기업 고객과 견고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바탕으로 막대한 AI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알리바바가 약 70억 달러, 바이두가 1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시장 규모와 가격 결정력 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크다.

다만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최근 6월 분기 기준 22분기 만에 최고치인 45% 성장을 기록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AI 수익화 엔진이 본격 점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빅테크의 이번 AI 인프라 가성비 추격전은, 향후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통제 속에서도 저렴한 내륙 전력망과 공격적인 국책 지원을 결합해 독자적인 데이터센터 규모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공급망 우회 전략’인 동시에 ‘단순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넘어 전기료·냉방비·운영 소프트웨어가 총동원되는 총소유비용(TCO) 기반의 차세대 글로벌 AI 경제학 전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