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 “이번 과잉부채는 기업 아닌 정부에 쌓여”
AI 매출 269조원인데 인프라 투자 1345조원 넘어
AI 매출 269조원인데 인프라 투자 1345조원 넘어
이미지 확대보기과거 투자 거품은 기업들이 과도하게 빚을 내면서 금리가 올라 붕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먼저 천문학적인 부채를 쌓으면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현재 4.8%에서 5%를 확실하게 넘어설 경우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AI 붐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각) 미국 자산관리회사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와 장기금리 상승이 AI 투자 열풍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엔 기업 아닌 정부가 빚 쌓았다
샤르마 회장은 “과거 300년 동안 주요 투자 거품이 무너진 과정을 살펴보면 핵심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올라간 시점과 거품 붕괴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19세기 철도 투자 붐부터 현대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 기업들이 인기 산업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기 위해 차입을 늘렸고,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결국 투자 붐이 끝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샤르마 회장에 따르면 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과거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경기침체기뿐 아니라 경기가 좋을 때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재정지출을 이어오면서 민간기업보다 먼저 부채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이번 10년 동안 줄곧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기록했다. 이전 수십 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반면 가계와 기업은 상당 기간 새로운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AI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건설하는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본격적으로 차입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년 정도다. 자체 현금 여력이 줄어들면서 AI 인프라 투자비를 채권시장 등에서 조달하기 시작했다.
샤르마는 이번 투자 사이클의 가장 큰 차입 과잉이 지금까지 기업 장부가 아니라 정부 장부에 쌓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잉이 가장 심한 곳에서 문제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이자비용 GDP 3% 넘어…5년 새 두 배
미국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에서도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공공부채 이자지급액은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 GDP의 3%를 넘어섰다.
샤르마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새로운 최고 기록이며 증가 속도와 부담 수준 모두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막대한 정부 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이 겹치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국채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국채금리가 민간기업의 차입금리 기준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미 정부가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국채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되면 회사채를 발행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기술기업들도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최근 신규 회사채 발행에서 AI 관련 기업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장기금리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0년물 5% 넘으면 AI 거품 터질 수도”
샤르마 회장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지목한 숫자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 5%다.
현재 약 4.8%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확실하게 돌파하면 닷컴 버블 이후 형성된 장기금리 범위의 상단을 넘어서는 셈이다.
샤르마는 이 경우 AI 투자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안전자산인 국채에 5%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AI 기업들은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직접 경쟁해야 한다.
물가상승 기대를 제외한 실질수익률로도 2.5%를 넘는 미국 국채를 두고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AI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도록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대규모 AI 프로젝트처럼 향후 수년간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사업은 자본비용 상승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AI 매출 269조원인데 투자액은 1345조원 넘어
AI 산업의 현재 수익과 투자 규모 사이의 큰 차이도 금리 상승에 대한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AI 사용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연간 매출은 약 2000억달러(약 269조원)다.
반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기타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자금은 1조달러(약 1345조원)를 넘어선다.
AI가 만들어내는 현재 수익보다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돈이 다섯 배 이상 많은 셈이다.
AI 기업들은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회사채와 주식 발행에 갈수록 더 의존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으면 두 자금조달 경로 모두 압박받을 수 있다.
국채수익률이 높아지면 회사채 투자자는 더 많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주식시장에서도 안전한 국채의 상대적인 매력이 커진다.
샤르마는 국채금리 5%가 미국 증시의 이익수익률마저 웃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수익률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주가와 비교한 것으로 채권과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11월까지 5% 넘으면 상승장에도 경고음
금리가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도 중요하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는 11월까지 5%를 돌파하면 6개월 동안 상승폭이 0.75%포인트를 넘게 된다.
샤르마는 과거 이처럼 급격한 장기금리 상승이 나타난 뒤 강세장이 끝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 5%가 반드시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미국 경제와 증시가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던 1990년대에도 10년물 국채금리는 줄곧 5%를 웃돌았다.
그러나 샤르마 회장은 당시와 지금의 미국 부채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말 미국 정부는 재정흑자를 기록했지만 현재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약 100%로 당시보다 거의 세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정부의 이자부담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 때문에 정부의 차입비용 상승이 과거보다 훨씬 빨리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르마는 미국 부채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나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까지 당장 흔들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봤다. 미국의 주요 경쟁국도 비슷한 부채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목해야 할 위험은 미국 국가부채 자체의 파산 가능성보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얼마나 빨리 5%를 넘어서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외부 자금이 필요한 AI 투자 붐이 얼마나 압박받느냐라는 것이 샤르마의 진단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