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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스발 인플레 공포…英 국채금리, 2008년 이후 최고

10년물 5.21%까지 상승…日도 30년 만에 3% 도달
브렌트유 91.75달러…글로벌 채권시장 긴축 충격 확산
영국 런던 금융지구에서 시민들이 영국·일본 10년물 국채금리와 브렌트유 가격 상승을 나타내는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지.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 금융지구에서 시민들이 영국·일본 10년물 국채금리와 브렌트유 가격 상승을 나타내는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지. 사진=챗GPT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면서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도 30년 만에 3%에 도달하는 등 주요국 채권 매도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유가와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21%까지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3%에 도달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장기금리가 3%를 기록한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상승하면서 2025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 가격이 내려가면 새로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금리는 올라간다.

이번 글로벌 채권 매도세를 자극한 핵심 변수는 에너지 가격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브렌트유는 1.4% 상승한 배럴당 91.75달러(약 12만5900원)를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공급 불안과 낮은 재고에 대한 우려 속에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운송비와 전력·난방비를 통해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다시 반영하고 있다.

◇ 영국·일본 동시에 금리 급등…각국 재정 부담도 압박


채권금리 상승에는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방위비 확대와 감세를 비롯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채 발행과 정부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액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막대한 국가부채를 보유한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각각 만나 일본의 통화정책 문제를 논의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강해졌다.

일본 정부와 미국은 지난 7~8월 기록적인 규모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를 방어했다. 당시 달러당 155엔 수준까지 강해졌던 엔화는 이후 다시 160엔에 가까운 수준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 일본 채권으로 자금을 되돌릴 유인도 커진다. 이는 미 국채와 다른 해외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 에너지 가격 상승에 중앙은행 긴축 기대 재점화


이번 채권시장 불안은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다.

여기에 중동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예상보다 강한 긴축을 해야 할 가능성이 채권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영국도 높은 에너지 가격과 물가 압력 때문에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5.21%까지 올라가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정부 차입비용에 직면했다.

FT는 “주요국 국채금리가 이미 수년 또는 수십년 만의 높은 수준까지 오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국채금리 상승이 가계 대출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 정부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세계 채권시장은 각국의 통화긴축과 재정 부담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FT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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