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금융사와 MOU…5000억 달러 초과 제3자 자본 동원
AI 컴퓨팅을 투자자산화…고객에 대규모 인프라 자금 공급
AI 컴퓨팅을 투자자산화…고객에 대규모 인프라 자금 공급
이미지 확대보기AI 반도체 판매를 넘어 고객들의 데이터센터·컴퓨팅 투자에 필요한 자금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11일(이하 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날 이들 6개 금융회사와 AI 컴퓨팅 인프라 금융 플랫폼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장기간에 걸쳐 5000억 달러를 웃도는 제3자 자본을 AI 인프라 구축에 동원하는 것이 목표다.
◇ 월가 6개사와 손잡고 AI 인프라 자금 공급
이번 구상은 엔비디아가 50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거나 자체 차입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분석이다. 6개 금융회사가 엔비디아와 협력해 각각 대규모 전용 자본 풀을 만들고 엔비디아의 고객들이 경쟁력 있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세계적인 규모의 첫 컴퓨팅 금융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계약 체결은 아직 남아있다.
금융 지원 대상에는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소, 기업, AI 클라우드 사업자 등 엔비디아 생태계 전반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들은 조달한 자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장비를 확보하고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 GPU·데이터센터를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핵심은 엔비디아의 컴퓨팅 자원을 단순한 반도체 제품이 아니라 장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GPU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구조가 확산하면서 월가의 장기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에서 컴퓨팅은 매출”이라며 엔비디아가 칩을 만드는 회사에서 생산적이고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인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역할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이 부족한 컴퓨팅 자원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모델의 규모가 커지면서 GPU 구매뿐 아니라 이를 설치할 데이터센터, 전력 생산·공급 시설 등에 들어가는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빅테크가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투자비를 충당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회사채, 사모신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프라펀드 등 월가의 다양한 금융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배경이다.
모건스탠리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AI 인프라에 약 3조5000억 달러(약 4962조3000억 원)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AI 인프라 구축에는 장기적으로 8조 달러(약 1경1342조4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엔비디아 영향력 자본시장으로…‘순환금융’ 우려도
아폴로·블랙스톤을 비롯한 대체자산 운용사들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AI 인프라를 새로운 장기 투자처로 보고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블랙록·브룩필드·KKR 역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 경험을 엔비디아의 컴퓨팅 생태계와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현재를 역사적인 AI 투자 사이클의 중요한 시점으로 평가하고, 엔비디아 컴퓨팅을 담보로 한 신용시장을 만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도 "AI 인프라 구축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금융 플랫폼은 AI 산업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본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엔비디아 고객이 금융사에서 자금을 확보해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설비를 확충하면 엔비디아의 GPU와 소프트웨어 수요 확대와도 연결될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자금 확보까지 지원하면서 자금이 다시 엔비디아 제품 구매로 흘러가는 구조에 대해서는 AI 산업의 이른바 ‘순환금융’에 대한 경계도 제기되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이 상호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엔비디아 주가는 10일 뉴욕증시에서 2.9%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와 6개 금융회사가 추진하는 금융 플랫폼은 최종 계약 체결을 거쳐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식과 투자 대상이 확정될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