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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34) 유니트리 宇樹科技,... 휴머노이드 로봇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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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중국에서 가장 큰 명절은 단연 음력설이다. 중국에서는 이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이른바 춘절(춘제)이다. 2026년 설날 당일 중국 중앙CCTV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춘완(春晚)' 방송 무대에서 경악할 만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유니트리(Unitree·宇樹科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인간 무술가들과 대열을 맞추며 정교한 집단 무술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술이 이미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선포한 순간이었다.
그 유니트리가 드디어 중국 증시에 상장했다.본토 증시 최초의 휴머노이드 상장사가 된 것이다. 유니트리는 1990년생 청년이 만든 회사다. 이름은 왕싱싱(王興興)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를 들고나왔을 때 세간의 시선은 미국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세계의 공장과 일상 현장을 빠르게 점령하며 '가격 파괴'와 '대량 생산'을 성공시킨 주역은 중국의 90년대생 흙수저 공학도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기계공학을 넘어선다. 반도체라는 '뇌'와 인공지능(AI)이라는 '신경계', 그리고 로봇이라는 '육체'가 만난 결정판이다. 2013년, 저장이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청년 왕싱싱은 저장대대학원 진학을 꿈꿨다. 시험 결과는 낙방이었다. 기계 설계 실력은 뛰어났지만, 영어 과목 성적이 기준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상하이대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해야 했다. 당시 중국의 자본시장과 벤처캐피털(VC)들은 명문대 출신 창업자를 절대적으로 선호했기에, 상하이대 출신인 왕싱싱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집착이 있었다. 당시 글로벌 로봇 업계의 절대존재는 미국 DARPA(고등연구계획국)의 지원을 받은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였다. 공중제비를 돌고 험지를 달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은 전 세계 공학도들의 우상이자 통곡의 벽이었다. 대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유압식 부품과 정밀 제어 시스템은 감히 개인이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왕싱싱은 질문을 던졌다."왜 로봇은 저렇게 비싸고 복잡해야만 하는가? 꼭 비싼 유압 모터를 써야 하는가?"그는 대학원 연구실에 묻혀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비싼 유압식 대신, 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브러시리스 모터(BLDC)와 자체 개발한 감속기, 그리고 저렴한 반도체 칩을 결합했다. 2016년, 마침내 그의 손에서 저비용·고성능 4족 보행 로봇 'XDog'이 탄생했다.자금난에 허덕이던 왕싱싱은 졸업 무렵 XDog의 테스트 영상 하나를 인터넷에 올렸다. 그리고 이 짤막한 영상 하나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해외 로봇 매니아들과 초기 투자자들이 "어떻게 저런 저렴한 부품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급 균형 제어를 해내는가"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 길로 왕싱싱은 2016년 유니트리를 창업했다. '우주(宇)처럼 무한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거대한 나무(樹)'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었다.유니트리가 기술 개발 역사에서 일관되게 밀어붙인 핵심 철학은 단 하나, '기술 우위를 동력으로 한 철저한 가격 파괴'였다.

왕싱싱 회장은 초기 투자 유치 당시 자신의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그들이 만드는 것은 트랙 위를 달리는 초고가 슈퍼카다. 하지만 세상에 필요한 것은 수억 명의 대중이 탈 수 있는 대중 승용차다. 나는 로봇이 쇼용 관상품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게 만들 것이다." 이 철학은 제품 라인업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2023년, 유니트리가 발표한 1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H1'의 가격은 65만 위안(약 1억 4,000만 원)이었다. 당시 수억 원에서 십수억 원을 호가하던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격변을 일으킨 가격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불과 1년여 뒤 선보인 보급형 휴머노이드 'R1'과 'G1'의 가격은 산업계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단돈 4만 위안, 한국 돈으로 약 870만 원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버린 것이다. 최신 스마트폰 수 대 가격으로 인간형 로봇을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어버렸다.
이러한 가격 파괴가 가능했던 비결은 무엇일까? 왕싱싱 회장은 마케팅이나 자본 게임에 취미가 없는 정통 엔지니어였다. 초기 투자자 둔훙자산의 위원차오 파트너는 "왕싱싱은 100점짜리 성과가 있어도 70점 정도로만 담담하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복잡한 시장 경쟁에 신경을 쓰는 대신, 로봇 프레임부터 서보모터, 제어 기판, 센서 모듈까지 전부 직접 설계하며 제조 원가를 극단적으로 깎아 나갔다. 경쟁사들이 거창한 미사여구로 투자금을 모으는 동안, 유니트리는 2024년 순이익 9,547만 위안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5년에는 순이익을 2억 7,800만 위안(약 53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경쟁사들이 수천억 원대 적자에 허덕일 때, 유니트리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되었다.

유니트리의 폭발적 성장은 개별 기업의 성공을 넘어, 중국 국가 차원의 전략과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슬로건으로 '신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내걸었다. 전통적인 부동산이나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던 성장 방식을 버리고, AI·첨단 로봇·신에너지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3년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발전 지침'을 공표하며,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인프라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국가적 목표의 중심에 유니트리가 있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지에 거대한 '로봇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유니트리의 로봇들은 자동차 제조 공장(BYD, 지리자동차 등), 물류센터, 재난 구호 현장에 대거 투입되어 수백만 시간 동안 실전 데이터를 축적했다. 앞서 언급한 춘완 무대에서의 무술 퍼포먼스 역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 자부심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한때 정밀 기계와 제어 기술에서 중국을 앞서던 한국은 왜 로봇 산업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었을까? 정부 및 국책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90.0%)은 이미 한국(81.0%)을 한참 앞질렀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출하량의 80% 이상을 중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독주할 수 있었던 비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째가 '주강 삼각주'가 만들어낸 밸류체인 생태계이다. 중국 선전, 쑤저우, 상하이 일대에는 모터, 감속기, 센서, 배터리, 반도체 PCB를 생산하는 수만 개의 부품 공장이 밀집해 있다. 유니트리 엔지니어가 아침에 모터 도면을 수정하면, 오후에 시제품 모터가 연구실로 배달된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하고 테스트하는 데 수개월을 보낼 때, 중국은 단 며칠 만에 새로운 개량형 로봇을 만들어낸다.
중국의 두번째 경쟁력은 거대한 데이터 팩토리(Data Factory)의 힘이다. 로봇의 머리 역할을 하는 AI를 훈련시키려면 막대한 동작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64개 이상의 로봇 전용 데이터 팩토리를 운영하며 물리 법칙과 동작 반응 데이터를 로봇 AI에 실시간으로 주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와 인프라 부족으로 로봇 학습용 실전 데이터를 수집할 전용 공간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세째는 자본시장을 온ㅇ한 자금조달이다. 유니트리가 적자 단계를 벗어나자마자 상하이 커촹반은 기술특례상장이라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1조 2,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딥시크, 텐센트, 사회보장기금 등 국유 자본과 민간 빅테크 자금이 융단폭격식으로 투입되어 연구개발(R&D)과 대량 양산 공장 건설로 직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유니트리 상장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무서운 시사점은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반도체'의 삼각 결합이다.과거의 로봇은 정해진 위치로 팔을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된 '기계 덩어리'에 불과했다. 오늘날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움직이는 첨단 반도체의 집합체'다.유니트리 상장 주요 투자자 명단에 중국의 초거대 AI 거두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로봇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눈으로 주변 사물을 인식하며(시각-언어-동작 모델·VLA), 스스로 최적의 행동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첨단 초고속 메모리(HBM, LPDDR)가 필수적이다.

로봇의 관절 하나하나에는 위치, 압력, 온도를 측정하는 수십 개의 센서 반도체와 이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MCU(마이크로컨트롤러)가 들어간다. 유니트리의 R1 로봇에는 수십 개의 정밀 지능형 반도체가 촘촘하게 박혀 전신 관절을 밀리초(ms) 단위로 제어한다.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AI의 다음 파도는 피지컬 AI, 즉 로봇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상 공간의 모니터 안에서 텍스트나 이미지를 뿌려주던 AI가 이제는 반도체라는 칩을 타고, 로봇이라는 육체를 얻어 물리적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 것이다. 유니트리의 성공은 반도체 수요의 거대한 축이 기존의 PC,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서버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증명한다.유니트리의 커촹반 상장은 단순한 기업의 성공 사례가 아니다. 반도체가 뇌가 되고, AI가 신경이 되며, 로봇이 몸통이 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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