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기자수첩] 금융권 M&A와 사모펀드

금융부 이민지 기자
금융부 이민지 기자
국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보험사와 캐피탈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실제 인수전도 이어진다. 하지만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오히려 존재감이 커지는 매물들이 있다. 몇 년째 시장에 이름만 오르내릴 뿐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모펀드(PEF) 보유 금융사들이다.
사모펀드는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것이 본업이다.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높은 매각가는 당연한 목표다. 문제는 ‘희망 가격’이 시장의 현실과 지나치게 차이 날 때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는 몇 년째 ‘매각 추진’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 모두 사모펀드가 보유한 금융사로, 시장에서는 “살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팔 사람이 눈높이를 낮추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이 돈다.

롯데손보는 매도자와 원매자가 생각하는 적정가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경영 규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며 매각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단독 협상으로 흐르던 신한지주와의 내통은 몸값에서 멈춰 섰다. 신한은 n000억 원대를, MBK파트너스는 1조 원 이상을 원하면서다.
롯데카드도 다르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인수 이후 수차례 엑시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거래가 지연되는 사이 카드업황은 식었고, 조달금리와 건전성 부담이 커졌다. 정보유출 사고에 따른 45일 영업정지라는 악재도 더해졌다. 더 높은 몸값을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는 오히려 기업가치를 깎아내린 셈이다.

금융사 M&A는 감독당국의 승인, 자본 규제, 건전성 관리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 매각과 다르다.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를 검토할 때는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인수 이후 자본 확충 부담과 시너지까지 함께 계산한다.

이런 점에서 시장과 동떨어진 가격을 끝까지 고수하는 전략에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M&A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희망 가격표가 아니라 실제로 체결된 거래 가격이다.

사모펀드는 투자 회수의 전문가다. 좋은 가격을 받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좋은 시점에 파는 것이다. 더 높은 가격을 기다리다 시장의 변화를 놓친다면, 지켜낸 몸값은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 거래되지 않은 최고가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