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데스크 칼럼] 되돌아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정책 부실 징후

임광복 금융부 부장
임광복 금융부 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임광복 금융부 부장
최근 우리 증시를 뒤흔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는 정책의 조급증과 부실한 행정이 결합할 때 자본시장이 얼마나 참혹한 대가를 치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내 ETF와 해외 ETF 간 비대칭적 규제 해소와 서학개미 자금의 국내 환류 및 환율 방어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현실은 투자자 보호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로이터 등 외신이 “증시를 무법천지 카지노로 변모시켰다”라고 할 정도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불러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절차 문제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약 3개월을 되돌아보니 크게 세 가지 구조적 문제점이 도출됐다. 첫째, 종목 다변화의 극심한 부재다. 당국은 기초자산 적격성 요건을 과도하게 좁혀 코스피 시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2개 종목에만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을 집중 상장시켰다. 그 결과 수급 충격을 분산하지 못한 채 두 대형주의 등락을 증폭시켜 코스피 전체를 '롤러코스터 장세'로 몰아넣었다.
미국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수백 개가 상장돼 있다. 미국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도 S&P500 비중은 약 8% 수준이다. 우리나라처럼 지수 영향력이 절대적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목 2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정책 추진 과정의 '부처 간 엇박자'다. 금융위원회는 도입 과정에서 규제영향평가를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국무조정실은 규제 심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조실은 동일 종목의 증권에 대한 투자한도 완화는 규제 완화 사안으로 규제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의 지형을 바꿀 초고위험 상품을 내놓으면서 기본적인 정부 내 심사 절차마저 혼선으로 얼룩진 것이다.

셋째, 속도전에 치여 검증을 건너뛴 졸속 행정이다. ETF 증시 상장 심사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심사가 한 달 만에 초고속으로 처리됐다. 거래소의 정식 승인이 나기도 전에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가 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자산 급락을 가정한 사전 '스트레스 테스트'조차 생략됐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7일 국내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16개 종목이 상장됐다. 이는 6·3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가량 앞두고 상품이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첫 상장 일정을 지방선거 전으로 급하게 추진했다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주가 폭락에 청년·고령자 손실 직격탄


급상승한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신상품은 파국을 맞았다. 지수 폭락 속 강제청산 계좌의 62%가 35세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시니어 은퇴자금 역시 '음의 복리' 변동성에 녹아내렸다. 결국 금융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층과 고령층이 손실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정책 핵심 라인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등 범여권 인사들마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면서 대통령실 감찰과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부랴부랴 계좌에 현금 3000만 원을 보유해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매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기 어렵다. 추가 사태를 방지하려면 먼저 이 상품을 도입했던 해외 선진시장을 보고 규율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보다 자본시장의 장기 성장과 건전한 투자를 위한 개선 방안과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