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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사 몰리는 전주…진짜 금융허브 되려면


최한결 금융부 기자
최한결 금융부 기자
전라북도 전주가 국내 기관금융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자리 잡은 전주를 중심으로 금융사들의 거점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5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을 둘러싼 투자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 금융지주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까지 전주로 향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권의 움직임은 과거 지역금융 거점 조성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4대 금융지주는 전주에 기관금융 관련 조직과 복합 거점을 마련하고 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IB들도 잇따라 사무소 개설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은행·증권 복합점포와 전주 CIB센터, 자산운용 전주사무소 등을 갖춘 KB금융타운을 조성했다. 신한금융은 전북 금융허브를 출범했고, 우리금융은 전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자본시장 기능을 강화한 거점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블랙록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GI), 골드만삭스에 이어 스타우드캐피털까지 전주 진출을 추진하면서 국민연금과의 협력 기회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전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운용 규모가 1500조 원대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사들에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의 자금을 운용할 기회를, 글로벌 IB는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자금조달 등 자본시장 거래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가 모인다고 곧바로 금융중심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은 단순히 건물과 사무실이 모이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과 정보, 기업이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는 산업이다.

과거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 사례는 이를 여실히 잘 보여준다. 금융기관 일부 기능이 이전됐지만 핵심 금융 기능과 인력이 서울 여의도에 남으면서 기대했던 산업 집적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주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기관의 거점 확대가 일회성 이전이나 상징적 조직 설치에 그친다면 지역금융 생태계로 이어지기 어렵다. 금융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기업과 서비스가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금융산업은 정책보다 시장의 선택이 중요한 분야다. 금융사가 지속적으로 머물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론 전주는 국민연금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중심지와 출발점이 다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와 가까운 거리는 분명한 경쟁력이다.

다만 이제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의 숫자가 아니다. 전주가 진정한 금융중심지로 성장하려면 '몇 개의 금융사가 들어왔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금융 인력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연금 1500조 원 시대, 전주가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결국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한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ksruf0615@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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