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솔리다임 너 마저?
이미지 확대보기[김대호 진단] 또 쪼개기? LG화학 배터리 흑역사와 구광모의 배신
SK하닉이 솔리다임을 뉴욕증시에 분리 상장한다는 보도기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SK하닉이 이미 분리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분리상장 보도를 접하면서 쪼개기 참사로 한국경제에 큰 상처를 남긴 LG화학의 흑역사를 다시 반추하게 된다.
105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구광모의 LG가 남긴 '쪼개기 상장'의 뼈아픈 기록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에서 대기업 총수의 의사결정이 기업가치와 기존 주주에게 미친 파장을 논할 때,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단행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의 중복 상장은 결코 지울 수 없는 뼈아픈 흑역사로 기록된다. 그 시작은 2020년 9월이었다.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 경영진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분으로 전지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전격 의결했다. 당시 발표 직후 이틀간 주가가 5~6%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6조 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그 이후 잇달아 터진 파국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분할 결정 이후에도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의 팽창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LG화학 주가는 2021년 1월 장중 105만 원, 종가 101만 5,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당시 LG화학의 시가총액은 74조 1,200억 원에 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3위까지 치솟았다. 주가 100만 원 돌파의 동력은 명백히 본체에 속해 있던 배터리 사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프리미엄이었다.
2022년 1월 27일,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 118조 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2위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사상 최대 규모인 12조 7,500억 원의 공모 자금을 빨아들였다. 반면 같은 날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하루 만에 8.13% 급락한 60만 5,000원으로 주저앉았다.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상장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3월 중순, 주가는 43만 8,500원까지 밀리며 최고가 대비 마이너스 58.2%를 기록했다. 이후 화학 업황 부진과 2차전지 캐즘이 겹치면서 결국 주가는 최저 22만 4,000원 선까지 주저앉았다. 최고점인 105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78.6%가 폭락한 것이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58조 원이 넘는 자산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코스피 3위였던 시가총액 순위 역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주가 붕괴는 세 가지 명확한 시장 메커니즘에서 비롯되었다. 첫째는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 수급 교란이었다. 코스피200, MSCI, 국내외 2차전지 ETF 등 주요 인덱스 펀드는 시총 100조 원짜리 LG에너지솔루션이 단독 상장하자 편입 비중 한도를 맞추기 위해 LG화학을 대거 매도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 매수했다. 모회사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조 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둘째는 지주사 할인의 현실화였다. 자회사 상장 이후에도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그 장부 가치만 70조~80조 원에 달했으나, 시장에서 평가한 LG화학의 전체 시가총액은 15조~20조 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상 자회사가 따로 상장되면 모회사는 중간지주회사로 전락해 자회사 지분가치 대비 70% 안팎의 극단적인 디스카운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셋째는 핵심 가치의 물리적 이탈이었다. 배터리 완성품 사업이 별도 상장사로 독립하자 시장 자금은 자회사로 직행했고, 본체에는 시황 악화에 직면한 석유화학 부문만 남아 경기 하강기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비교 대상은 미국 자본시장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물적분할 후 핵심 자회사 쪼개기 상장' 자체가 제도와 시장 규범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기업이 사업부를 분리할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인적분할(Spin-off)을 택해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설 법인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똑같이 나누어 준다. 모회사와 알짜 자회사를 동시에 증시에 올려 자금을 이중 조달하는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에 대한 명백한 가치 훼손과 이해상충으로 간주되어 주주 대표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구글(알파벳)이 유튜브나 자율주행 웨이모를 따로 떼어 상장시키지 않고, 애플이 서비스 사업부를 증시에 올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당시 한국은 상법 제382조의3이 규정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오직 '회사'에만 한정되어 있어, 경영진이 개별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법적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었다. 구광모 회장과 경영진은 선진 시장에서는 금기시되는 이 제도적 허점을 활용해 손쉽게 조 단위 자금을 조달했으나, 그 대가는 고스란히 기존 주주들의 주가 반토막과 78% 폭락으로 전가되었다. LG화학의 분할 상장은 결국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신설하게 만들었고,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거대한 제도적 논쟁을 촉발했다.
기업이 대규모 시설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제조업의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주주환원의 기본 룰을 무시하고 핵심 사업을 떼어내 중복 상장시킨 구광모 회장의 결단은, 105만 원짜리 주식을 22만 원대로 추락시키고 58조 원의 시가총액을 증발시킨 냉혹한 시장 조정으로 귀결되었다. 선진 증시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쪼개기 상장이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가치에 어떤 흉터를 남겼는지, LG화학의 주가 궤적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 두고 두고 따라다니는 저주가 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