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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IPO, 7조 5000억 달러 공모로 월가 규칙 다시 쓰다

나스닥, 상장 15거래일 만에 지수 편입 허용… 패시브 자금 최대 2조 7000억원 강제 매수 촉발
오픈AI·앤스로픽 줄상장 예고 속 "성공하면 메가 IPO 시대, 실패하면 자본시장 신뢰 붕괴"
나스닥 로고.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나스닥 로고. 사진=연합뉴스
세계 자본시장이 전례 없는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스스로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IPO가 단순한 대형 공모를 넘어 지수 편입 기준, 패시브 자금 흐름, 상장 주식 배분 방식까지 월가의 작동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X는 최소 1조 8000억 달러(약 2729조 7000억 원) 기업가치에 7조 5000억 달러(약 1경 1373조 원)를 조달하는 역대 최대 공모를 추진 중이다. 이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가 세운 기존 최대 공모 기록(약 290억 달러·약 43조 원)의 두 배를 웃돈다.

지수 편입 규칙까지 뜯어고친 스페이스X의 영향력


스페이스X 상장이 가져온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주요 지수 운용 기관들이 편입 기준을 바꾼 데서 드러난다. 나스닥은 기존 최소 3개월 유지하던 편입 대기 기간을 상장 15거래일로 단축하는 '패스트 엔트리' 규정을 올해 5월 1일부터 시행했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QQQ 자산 규모는 약 4500억 달러(약 682조 원)에 이르고, 파생상품과 구조화 상품을 포함한 전체 나스닥100 연계 자산은 1조 4000억 달러(약 2123조 원)를 넘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 제임스 세이파트와 롭 두 보프는 스페이스X가 S&P500에도 포함될 경우 패시브 펀드의 강제 매수 규모가 최대 200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규정 변경을 놓고 거래소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 린 마틴은 지난달 22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스페이스X 유치를 위해 바꾼 나스닥의 일부 규칙은 의문스럽다"며 "시장 무결성은 경쟁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저유동주식(저부동주)의 시가총액 산정치를 세 배로 부풀리는 조항이 특히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나스닥 넬슨 그릭스 사장은 같은 달 27일 블룸버그TV에서 "해당 규정은 지수 내 비중이 실제 매매 가능 물량을 적절히 반영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라고 반박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스는 올해 5월 메가캡 IPO에 한해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면 12개월 유지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4분기 연속 흑자 요건도 면제하는 규정 개편안을 공개 의견 수렴 중이다. FTSE러셀도 최소 유동주식 비율 5%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로켓 회사'인가, 'AI 인프라 기업'인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는 로켓보다 인공지능(AI)에 있다. 원문 보도에 따르면 앤스로픽과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 규모가 최대 450억 달러(약 68조 원)에 이를 수 있고,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도 진행 중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위장한 로켓 사업'으로 직접 규정해 왔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기업가치 1조 8000억 달러 기준으로 스페이스X의 주가매출비율(P/S)은 93배로, 나스닥100 평균의 15배에 달한다. 분기 손실이 40억 달러를 웃도는 기업이 2조 달러에 가까운 밸류에이션을 받는 구조는 특정 미래에 대한 완벽한 실현을 가격에 이미 반영한 셈이다.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창업자 니콜라스 콜라스는 스페이스X의 최대 매출원이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인 점에서 업종 분류상 기술주보다 통신주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어느 업종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ETF 자금 유입 규모와 지수 내 비중이 크게 달라진다.

메가 IPO 연쇄 상장… 성패에 글로벌 자본시장 신뢰 달렸다


스페이스X는 공모 물량의 최대 30%인 225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전례 없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아카디안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오웬 라몽은 "내 평생 이토록 결과가 중요한 IPO는 없었다"며 "성공하면 대형 IPO 물결과 시장 과열이 오고, 실패하면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상장 길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이 모두 올해 상장에 나설 경우 세 기업이 공개 시장에 공급하는 시가총액은 약 3조 달러(약 4544조 원)에 달할 수 있다.

블루박스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윌리엄 드 갈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AI 투자 내러티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일대학교 금융학 명예교수 로저 이봇슨은 "스페이스X 가치의 상당 부분은 스토리와 서사에 기대고 있다"며 "문제는 이 서사가 실제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덴마크의 한 25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 연기금은 지배구조 문제를 이유로 투자 불참을 선언했다. 해당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머스크에게 의결권과 이사회 임명권을 집중시킨 구조를 "파국적"이라고 표현했다.

앱터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와그너는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는 이들의 논리는 틀리지 않지만, 테슬라 공매도에 나섰다가 실패한 투자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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