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납품 넘어 '야전 가동률'이 추가 수주 결정… 독자 지갑 흔들 중장기 변수
플랫폼 중심 현대로템 vs 부품 확장성 갖춘 한화에어로, 구조적 포지션 차별화
플랫폼 중심 현대로템 vs 부품 확장성 갖춘 한화에어로, 구조적 포지션 차별화
이미지 확대보기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유럽 진출의 교두보인 폴란드에서 최근 최첨단 무기 대량 도입에 가려졌던 후속 군수지원(MRO)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폴란드 IT·테크 전문 매체 스파이더스웹(Spiders' Web)이 지난 3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폴란드 군 당국은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냉전 시기 도입한 독일산 중고 장비의 핵심 동력계를 재생하는 임시방편식 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재무장 사이클이 초기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운영·유지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현지 MRO 체계의 성패가 향후 추가 수주 리스크와 직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제는 이 MRO 공백이 단순 비용 이슈를 넘어, 2차·3차 대형 수주 여부를 가르는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제는 초기 납품 실적보다 '야전 가동률'을 입증하는 것이 K-방산 지속 가능성의 핵심 분수령이다.
구형 장비 유지비 부담의 구조적 확대… 소형 소모성 부품 단가 상승의 나비효과
폴란드 군 당국은 M113 장갑차의 엔진 부문 정비에 74만 8000즈워티(약 3억 1060만 원), 변속기 수리에 39만 2000즈워티(약 1억 6200만 원)를 각각 배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역시 전방 차축 구동계에 11만 9000즈워티(약 4940만 원)의 수리비를 책정했다. 특히 레오파르트 2A4 전차의 하부 지지 바퀴 한 개를 정비하는 데에만 6만 즈워티(약 2490만 원)가 소요되는 등 단종 장비의 소모성 부품 단가 상승이 군 재정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용 구조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MRO 3국지… '지속 군수 보장'이 차세대 방산 패권 가른다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최첨단 전력 자산 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자, 글로벌 방산 시장의 헤게모니가 '획득'에서 '지속'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현재 폴란드는 K2 전차(1차 180대 및 2차 협상 진행분 포함)를 비롯해 K9 자주포와 미국의 에이브람스 전차 등 총 1000여 대 규모의 지상 전력을 순차적으로 인도받고 있어 다국적 장비가 혼재된 공급망을 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MRO 시장에서 경쟁국들의 포지션은 명확히 갈린다.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는 만성적인 부품 단종과 고비용 구조로 가동률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반면, 미국의 에이브람스는 전 세계에 촘촘히 구축된 자체 공급망을 앞세워 시장을 지배한다. 한국산 무기는 뛰어난 가성비와 신속한 인도 속도를 증명했으나, 장기적인 '지속 군수 지원' 역량은 이제 막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작은 부품 하나가 조달되지 않으면 최첨단 전차 전체의 가동률 저하로 직결된다며 부품 공급망 확보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리스크 뒤에 숨은 30년 캐시플로… 현대로템·한화에어로 '선제적 현지화' 총력전
MRO 생태계 구축은 초기 비용이 동반되는 리스크처럼 보이지만,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는 무기 판매 이후 향후 30년 이상 안정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고수익 캐시플로(현금흐름)의 원천이다. 특히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등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MRO 기지 구축은 유럽 내 방산 거점 확보와 정치적 리스크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기회다.
다행히 국내 방산 탑픽(최선호주) 기업들은 독일산 장비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공격적인 MRO 내재화 계약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각 사의 구조적 포지션 차이는 명확하다.
현대로템(플랫폼 밸류체인 고도화)은 전차 완제품 공급을 리드하는 플랫폼 기업 특성상 현지 MRO 안착은 대규모 추가 계약의 핵심 열쇠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지난 4월 27일 폴란드 부마르 와벤디와 'K2PL 현지 생산 및 정비 협력 본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폴란드 인력을 현대로템 정비 사업에 참여시켜 기술을 내재화하는 실질적 궤도에 진입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부품·엔진 확장성)는 자주포 완제품 외에도 엔진, 화력 계통의 부품 공급망을 넓게 쥐고 있어 MRO 팽창의 직접적 수혜를 입는 포지션이다. 지난 4월 육군본부와 'K-MRO 해외 수출 협력'을 본격화한 데 이어, 5월에는 유럽 K9 거점이 될 155mm 포탄 공장(MCS) 최종 후보지 압축을 마치며 부품 수명 주기 동안 장기 반복 매출 구조를 완성했다.
증권가에서는 방산 수출의 진정한 부가가치는 현지 가동률을 보장하는 종합 군수지원 능력에서 나온다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현지 생산 및 창정비 기술 이전 계약은 독일산 구형 무기가 노출한 부품 단종 리스크를 완벽히 상쇄할 강력한 완충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현지 MRO 법인 및 협력 계약의 이행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지 합작법인(WB그룹 협력) 가동 현황과 현대로템이 PGZ 자회사와 체결한 'K2PL 현지 생산·정비 본계약'의 실질적 이행 속도를 주시해야 한다. 기체 및 탄약 공급망의 현지화 안착 속도가 향후 30년간 안정적으로 발생할 MRO 매출의 가시성을 결정짓는 척도다.
둘째, 부품 국산화 및 현지 재고율도 중요하다. 핵심 기동·화력 장비의 소모성 부품 조달 기간(리드타임)이 3개월 이내로 통제되는지 추적해야 한다. 공급망이 안정되어야 독일산 장비와 같은 부품 단가 상승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셋째, 폴란드 국방예산 내 정비비 비중도 살펴야 한다. 전체 국방비 중 신규 무기 획득 예산과 비교해 유지·보수 예산이 정상적으로 분배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균형 잡힌 예산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국산 첨단 장비의 MRO 대금 결제가 원활해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