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달러 무기화 막아라”... 中, 복권·급여·일대일로에 ‘디지털 위안화’ 전방위 강제 수혈

인민은행, 22개 은행에 비공개 지침 하달… 대차대조표 예금 인정하며 도입 인센티브 부여
국내선 복권 추첨·재정 지출 자동화 스마트 계약 가동… 전용 청산소 설립 극비 검토 착수
트럼프의 ‘CBDC 금지’와 정반대 노선… 중동 전쟁 발 탈달러화 흐름 타고 국경 간 결제 침투 시도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 본부. 사진=로이터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이 복권 추첨과 녹색 전기 요금 수납, 지방정부 재정 지출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경제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독자적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의 영향력을 강제로 확대하는 광범위한 작전에 착수했다.
이는 디지털 화폐를 전격 수용하면서도 CBDC의 국내 유통만큼은 법으로 전면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금융 안보 노선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행보다. 서방 기관이 지배하고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깎아내리겠다는 실리주의적 탈달러화 책략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각) 글로벌 금융 업계 및 로이터 통신이 확보한 여러 업계 소식통의 대차대조표 분석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국내외 시장에서 e-CNY 사용률을 임계점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중 운영 은행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정책 인센티브와 구체적인 비공개 지침을 연이어 하달하고 있다.

은행 평가 핵심 지표로 돌변… 예금 부채 전환하며 핀테크 자강론 촉진


그동안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 속도는 다소 더디다는 가혹한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2019년 출시 이후 누적 거래액은 16조 7,000억 위안(미화 약 2조 4,700억 달러) 수준에 그쳐, 연간 279조 위안에 달하는 중국 유니언페이 카드 거래 대차대조표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베이징 당국은 올해 초부터 e-CNY에 대한 이자 지급을 허용하는 등 금융 제도의 뼈대를 완전히 바꾸는 초강수 주요 정책 변화를 단행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4월 e-CNY를 취급할 수 있는 승인 운영 은행 수를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늘린 22개 사로 전격 확대했다.

이 조치로 디지털 위안화는 사실상 시중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예금 부채'로 전격 전환됐다. 은행의 핵심 예금 평가 목표치에 디지털 위안 잔액과 계좌 개설 수가 포함되면서, 자산 관리 상품과 신용 대출 연계 상품을 개발하려는 은행들의 도입 동기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시중 은행에 IT 서비스를 공급하는 핀테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진전이 지지부진했으나, 이번에 중국 정부가 보여주는 도입 의지는 대단히 진지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복권·급여 자동 결제하고 ‘의료 사기’ 추적… 전용 청산소 설립 극비 추진


국내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핵심 무기는 사전 설정된 조건이 충족되면 인공지능처럼 자동 결제를 실행하는 내장형 프로그램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술이다. 인민은행은 이를 활용해 복권 추첨 대금 지급, 선불 카드 정산, 정부 재정 지출, 공급망 금융 대차대조표의 자동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위안화 특유의 ‘정밀 자금 흐름 추적 능력’을 활용해 고질적인 의료 보험 사기를 원천 차단하고, 친환경 전력 소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인프라도 가동 중이다. 이미 여러 지방 정부는 자체 수치적 도입 목표를 설정하고, 소속 공무원 급여 지급과 공공 의료비 지출 등 내부 행정 시스템에 e-CNY를 강제 이식하고 있다.

특히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금융 당국은 모든 시중 운영 은행 간의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전담 처리하고 가치사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중국은련(유니언페이)’과 유사한 구조의 ‘디지털 위안화 전용 청산소’ 설립을 수면 아래에서 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구체적인 청산소 설립 움직임이 언론에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전쟁이 달러 무기화 폭로”... 일대일로 쇠사슬 묶어 해외 침투


중국이 이토록 e-CNY 생태계 구축에 배수진을 치는 이유는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충격 속에서 미국의 금융 제재(스위프트 배제 등)가 단행되더라도 국제 무역 흐름을 끊김 없이 지속하기 위한 안보성 방어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증권회사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이란 분쟁과 중동 전쟁은 서방이 지배하는 달러 무기화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석유 생산국들 사이에서 탈달러화의 긴급한 필요성을 촉발했다”며 지정학적 충격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력이 단순 무역 결제를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시중 은행들을 향해 해외 무역, 특히 ‘일대일로(Belt and Road)’ 구상 지역 내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 비중을 전방위로 확대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대출 기관들은 이에 맞춰 e-CNY 전용 대출, 신용장(L/C), 무역 청구서 등 호환 상품을 분주히 찍어내고 있다.

아울러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를 디지털로 직접 연결하는 다자간 CBDC 플랫폼인 ‘mBridge(엠브릿지)’ 도입도 대대적으로 권장되고 있으며, 이미 일반 상품 무역과 해운 보험 등 실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적용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알리페이 방해 안 해, 타겟은 B2B”... 아세안의 차가운 시선은 숙제


다만 전문가들은 e-CNY의 확산이 텐센트의 위챗페이나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굳건히 쥐고 있는 중국 내수 소매 결제 시장을 침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위안화의 최종 도달 목표는 철저하게 ‘기업 간(B2B) 국제 무역 결제 독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혹한 장애물은 해외 무역 상대방들의 차가운 시선과 한계다. 정부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인의 신옌 CEO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거대 경제 엔진이 각자만의 기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시스템은 자국 은행 전산망에는 최적화되어 있으나 외국인과 해외 기업이 접근하기에는 대단히 폐쇄적이고 불친절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의 입장을 파악한 핵심 소식통 역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국경 간 무역 결제를 최우선 순위로 밀어붙이고 있으나, 해외 파트너 기업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굳이 도입하려는 열의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거대한 벽”이라며 위안화 국제화가 서방의 금융 성벽을 뚫고 진정한 결실을 보려면 아직 갈 길이 아득히 멀다고 냉정하게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