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서 의료진 파업 장기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과 열악한 처우가 원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과 열악한 처우가 원인
이미지 확대보기29일(현지시각) AP 통신(Associated Press) 보도에 따르면, 영국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에서 의사들의 단체 행동이 잇따르며 대규모 의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잇따르는 의사 파업, '고물가'와 '열악한 근무 조건'이 도화선
영국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진 파업의 상징적인 무대다. 영국 의사협회(BMA) 소속 수련의들은 오는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16번째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제임스 머레이 신임 보건부 장관이 의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하며 협상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수련의 초임 연봉은 약 4만 파운드(약 8113만 원), 상급 수련의는 약 7만 6500파운드(약 1억 5517만 원) 수준이다. 지난 4년간 33% 이상의 임금 인상이 있었고 올해도 3.5% 인상안이 제시됐지만, 의사들은 체감하는 실질임금은 오히려 2008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고 주장한다.
BMA 측은 영국 소매물가지수(RPI)를 기준으로 볼 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 하락분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영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소매물가지수 대신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실질임금 하락폭이 작다고 반박하고 있어, 양측의 견해차는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들의 대기 명단 해소가 최우선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합당한 처우를 요구하는 의료진 사이의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스페인·포르투갈도 '의료대란' 몸살
파업의 파도는 대륙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학병원 의사들을 대변하는 마르부르거 분트(Marburger Bund)가 12개월간 8%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2차 협상이 결렬되면서, 독일 의료 현장에서는 조만간 비응급 수술과 진료가 중단되는 경고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페인 역시 정부의 '에스타투토 마르코(Estatuto Marco)' 개편안에 반발하며 의료진이 오는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파업을 예고했다.
현지 의료진은 의사만을 위한 별도 법안 마련과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 업무 강도에 걸맞은 처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공공 의료 시스템(SNS)의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 인력의 이탈과 극심한 인력 부족, 강제 연장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의료 서비스의 질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의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의료 인력의 국외 유출, 유럽 보건 시스템의 구조적 위기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 사태가 단순한 임금 인상 논쟁을 넘어 유럽 보건 시스템의 근본적인 위기를 드러낸다고 진단한다.
보건 경제학자들은 "낮은 보상 체계로 인해 많은 젊은 의사들이 처우가 더 나은 호주나 캐나다 등으로 떠나고 있다"며, "이러한 인력 유출이 현장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다시 파업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재정 건전성'과 의료 현장의 '인력 유지'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유럽 보건 시스템의 공공성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두고 환자 치료와 의료진 처우 개선 사이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노조가 기존의 경직된 협상 방식을 탈피해 구체적인 인력 수급 대책과 근무 환경 개선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