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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34년 만의 엔저에 ‘대만 생산 역수출’ 승부수

국내 증산 한계 봉착… 대만 거점 활용해 ‘노아·보쿠시’ 연 10만 대 공급
‘공급망 최적화’ 속도 내는 일본 완성차 업계, 해외 생산 비중 확대 가속화
토요타는 대만 북부에 위치한 합의사 운영 공장에 일본 내수용 미니밴인 ‘노아’와 ‘보쿠시’ 생산 전용 라인을 신설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는 대만 북부에 위치한 합의사 운영 공장에 일본 내수용 미니밴인 ‘노아’와 ‘보쿠시’ 생산 전용 라인을 신설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극심한 내수 공급난을 타개하기 위해 현지 생산 모델을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34년 만의 기록적인 엔저 현상과 국내 생산 거점의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내수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가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토요타는 대만 북부에 위치한 합의사 운영 공장에 일본 내수용 미니밴인 ‘노아’와 ‘보쿠시’ 생산 전용 라인을 신설한다.

오는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이 라인은 연간 10만 대 규모의 완성차를 일본으로 공급하게 된다. 이는 토요타가 그동안 고수해온 ‘일본 내 생산’ 중심의 공급망 전략에서 완전히 탈피해, 핵심 주력 차종까지 해외 생산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저 속 ‘공급 절벽’… 토요타의 불가피한 선택


일본 자동차 시장은 현재 전례 없는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일본 내에서만 327만 대를 생산하며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최근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과 가동률 저하로 ‘랜드크루저’ 등 인기 차종의 출고 대기 기간이 1년을 넘기거나 아예 주문을 중단하는 사태가 빈번했다.

토요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근 켄타(近 健太) 사장이 현재의 수급 불안정을 ‘비상사태’로 규정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경우 경쟁사로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강력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단순한 해법은 아니다. 현재 환율이 1대만 달러당 5엔대를 오가는 등 1992년 8월 이후 최악의 엔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대만 현지 생산은 일본 본토 생산보다 제조 원가와 물류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토요타가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국내 생산 설비만으로는 수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 역수입된 자동차는 11만 1513대로 전년 대비 19% 급증하며 30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 완성차 업계, ‘글로벌 분업’ 체제로 전환


토요타의 이번 행보는 다른 일본 제조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계는 그동안 ‘메이드 인 재팬’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왔으나, 이제는 공급 안정성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생산 체제로 빠르게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혼다 역시 오는 2027년부터 전기차(EV) 전략 모델을 인건비가 낮은 인도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수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인건비 상승과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 기지의 지리적 이점보다 ‘공급망의 유연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이러한 해외 생산 거점 활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토요타가 노아와 보쿠시 생산을 시작으로, 다른 주력 차종까지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일 경우 일본 내 일자리 감소와 기술 고도화 정체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점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생산 전략의 수정이 일본 자동차산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것인지, 아니면 뿌리 산업의 약화를 초래할 것인지는 향후 2~3년간의 공급 데이터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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