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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 정상회담 돌입… 푸틴, 중동 위기 지렛대 삼아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타결 총력

푸틴, 올해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 방문… 시진핑과 가스 공급 계약 집중 논의
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에너지 안보 다급해진 중국 심리 공략
러시아 국방·금융 총출동 거물급 대표단 동행… 북극항로 등 육·해상 대체 물류망 확장도 타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5년 9월 2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 전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5년 9월 2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 전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돌입한다.
5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가혹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최근 발발한 중동 내 이란 전쟁을 지렛대 삼아, 숙원 사업인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가스관 공급 계약을 타결하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러·중 가스관 프로젝트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이며 양국 정상이 매우 심도 있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치열한 에너지 협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란 전쟁이 준 기회… 러시아, 중국의 ‘에너지 안보 불안’ 파고든다


러시아 정부와 국영 에너지 거인 가즈프롬(Gazprom)은 중동 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현 상황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란과의 전쟁과 이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 조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공급망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게 된 베이징 당국은 강력한 대체 에너지 보급로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왕이웨이 인민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전 중국 외교관)은 “이란 전쟁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전통적인 해상 루트의 안보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은 러시아를 통한 육상 가스관 등 대체 경로를 개발하고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분산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학원의 중국 전문가 바실리 카신 역시 “이번 중동 분쟁은 중국에 대한 핵심 원자재 공급처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베리아의 힘 2’ 가격 협상 가속화… 가즈프롬 “9월 타결 목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프로젝트는 그동안 양국 간의 치열한 가스 가격 줄다리기로 인해 난항을 겪어왔다. 가즈프롬 측은 중국에 매우 파격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안했으나, 중국 측이 최종 서명을 미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5개년 경제 계획 문서에 러시아 천연가스 가스관 진전 사항을 명시하고 관련 국영 기업 회장단이 베이징에서 회동하는 등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가스 가격 계약을 전격 타결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의 석유·가스 협력에 관한 거의 모든 핵심 쟁점이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번 방문 기간 중 최종 결실을 보게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수출길이 완전히 막힌 러시아는 현재 유럽 공급가의 3분의 2 수준으로 아시아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오는 2029년까지 대중국 가스 수출량을 연간 525억 입방미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총리 5명·미사일 칩 우회로까지… 러시아의 깊어지는 대중 의존도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중 대표단 규모는 러시아의 절박한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표단에는 5명의 부총리와 8명의 장관,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러시아 주요 국영 기업 및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가혹한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역의 대부분을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럽 안보 당국의 비공개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군사 무기 및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서방 제재 대상 첨단 기술 부품의 90% 이상을 중국을 통해 우회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단순히 가스관뿐만 아니라, 서방의 해상 차단을 피해 중국으로 안전하게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육상 내륙 교통로와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의 대대적인 확장 및 유통망 공조를 중국 측에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의 정교한 ‘등거리 줄타기 외교’… 돌파구 열릴까


이번 정상회담은 조약 체결 25주년을 기념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일주일 전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 세부 대화 내용을 시 주석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올해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 및 푸틴 대통령과 몇 시간 간격으로 연쇄 통화를 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일주일 간격으로 미·러 정상을 모두 대면하는 정교한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일자 사설을 통해 “국제적인 격동 속에서 양국이 우주, 에너지, AI, 녹색 이니셔티브, 바이오 테크 분야에서 전략적 조율과 포괄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러시아를 미국 주도의 독주를 견제할 유용한 파트너로 여기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에 지나치게 깊이 엮여 글로벌 시장에서 ‘불안정을 유발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지정학 컨설팅사 게이트하우스(Gatehouse)의 비타 스피바크(Vita Spivak) 컨설턴트는 “러시아는 중국에 에너지 안보와 자원 접근권을 제공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현재 구조상 러시아가 중국을 필요로 하는 절박함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크다”고 평했다.

양국 정상은 20일 본 회담에 이어 저녁에는 배석자 없이 단둘이 차를 마시며 밀실 회담을 이어갈 예정인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원하는 수준의 가스관 최종 도장을 받아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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