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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케빈 워시의 첫번째 전쟁 "대차대조표 축소"

연준 FOMC 의장 취임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사진= 로이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사진= 로이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케빈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부임하면서 뉴욕증시에 대차대조표 전쟁(Balance Sheet War)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역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과거 중앙은행의 무기가 '금리'라는 단검이었다면, 위기 이후의 무기는 '대차대조표'라는 거대한 성벽 그 자체가 되었다. '대차대조표 전쟁'은 단순히 숫자상의 축소를 넘어, 지난 15년간 이어져 온 '돈의 홍수' 시대를 끝내고 중앙은행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케빈 워시와 이를 방어하려는 기존 시스템 간의 이념적 격돌을 의미한다.
대차대조표 축소(Quantitative Tightening, 양적 긴축)란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 등 자산을 매각하거나 만기 시 재투자하지 않음으로써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을 말한다.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는 기업이나 기관의 자산과 부채 상태를 나타내는 회계 장부다. 중앙은행의 경우, 시중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이면 '자산'이 늘어나고, 그 대가로 찍어낸 돈은 '부채(화폐 발행액)'가 되어 대차대조표가 팽창한다. 이를 '양적 완화(QE)'라 부른다. 반대로 이 자산을 줄이는 것이 '대차대조표 축소'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전까지 약 9,000억 달러 수준이던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위기를 거치며 수조 달러 규모로 비대해졌다.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9조 달러 육박하는 수준까지 비대해진 '괴물'이 되었고, 이제 그 후폭풍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 거대한 성벽을 허무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케빈 워시는 '대차대조표 회의론자'로 꼽힌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금융위기 구제금융 설계를 주도했으나, 위기가 지난 후에도 멈추지 않는 양적 완화에 반대하며 연준을 떠났던 인물이다.

케빈 워시의 철학은 명확하다. 그는 비대해진 대차대조표가 '변장한 재정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중앙은행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것은 정치권의 정부 지출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논리다. 그는 연준의 역할을 다시 '금리 결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으로 한정하고, 대차대조표는 극심한 위기 시에만 사용하는 '비상 브레이크'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그는 시장의 가격 기능을 왜곡하는 중앙은행의 과도한 개입을 끝내려는 '체제 전환(Regime Change)'의 설계자다. 케빈 워시가 연준의 수장이 되면서 대차대조표 축소를 들러싼 진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그가 연준에 입성하자마자 "머리를 깨부술(Breaking heads)" 정도로 강력한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존 연준 위원들은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인 신중한 접근을 선호한다. 워시는 시장의 신호를 중시하는 '규칙 기반(Rules-based)' 정책을 강조한다. 이는 연준 내 관료주의와 정면 충돌할 지점이다. 워시는 대차대조표는 빠르게 줄이되,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 금리는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독특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상황에서 '매파적 대차대조표 축소'와 '비둘기파적 금리 인하'라는 기묘한 조합을 만들어내며 연준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워시는 과거 연준의 정책 실패(2021~2022년 인플레이션 예측 실패)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존 세력과 개혁을 밀어붙이는 워시 사이의 '인사 및 조직 전쟁'은 필연적이다.

대차대조표 전쟁은 단순한 통화 기법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질서를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케빈 워시의 등장은 지난 15년간 시장을 지배해 온 '연준 만능주의'에 대한 종말 선언일 수 있다. 비대해진 자산을 털어내고 다시 '작지만 강한 중앙은행'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시도가 성공할지, 아니면 연준이라는 거대 관료 조직의 저항에 부딪혀 좌초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의 결과가 우리 지갑 속 달러의 가치와 향후 10년의 글로벌 부의 지도를 바꿀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시장은 연준의 입이 아닌, 그들의 '장부(Balance Sheet)'가 줄어드는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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