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5% 증액 압박 속 86년 전통 기구 보이콧… 동맹 비용 재편 신호탄
갈등 속 F-35 불확실성 증폭… "한국도 주한미군 특별협정 연계 압박 가능성" 관측
갈등 속 F-35 불확실성 증폭… "한국도 주한미군 특별협정 연계 압박 가능성" 관측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국방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흡을 이유로 86년 역사를 가진 미·캐나다 공동방위위원회(PJBD) 참여를 전격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맹방을 상대로 안보 협력 잠정 중단이라는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내 들면서,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및 주한미군 체제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1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미 대륙 방위를 담당하는 자문 기구인 공동방위위원회의 미국 측 참여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매켄지 킹 캐나다 총리가 창설한 이 기구는 양국 국방·외교 고위 관료들이 모여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현대화와 북극권 안보 등 전략적 협력을 논의해 온 핵심 축이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도 요구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첫 사례로 해석된다.
"말뿐인 안보 안 된다"… 트럼프발 '방위비 5%' 요구안의 속내
임란 바이우미 스코우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오타와를 압박해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늘리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국방비를 93억 캐나다 달러(약 10조 1400억 원) 증액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선을 겨우 맞췄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를 통해 NATO 공식 목표인 2.0%를 대폭 상향하는 'GDP 대비 5.0%'라는 비공식 확대 기준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부적으로는 직접 군사비 3.5%, 방위 인프라 1.5%다. 결국 이번 기구 참여 중단은 미국이 설정한 새 상향 목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연합 안보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안보 갈등 속 방산 불확실성 증폭… 흔들리는 연합 방위 체제
이번 파장으로 양국의 방산 협력은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존 맥케이 전 미·캐나다 공동방위위원회 캐나다 측 공동의장은 이번 결정이 북극권 군사 협력은 물론 캐나다가 추진하던 미국산 F-35 전투기 88대 구매 계약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진단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직접적인 계약 파기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며, 정치·안보적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방산 조달 구조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완충 단계로 해석된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는 2023년 F-35 도입을 결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안적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은 쇄빙 잠수함 도입 등 북극권 독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외에 신뢰할 수 있는 다른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숀 말로니 왕립군사학교 교수는 이번 참여 중단이 당장 일선 군사작전에 치명적인 공백을 주지는 않겠지만 전체 방위 시스템에 상당한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밀려오는 방위비 청구서… 단기와 중장기 시나리오
미국이 오랜 대륙 방위 기구의 참여를 멈춰 세운 만큼, 한국 역시 방위비 증액 요구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마주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미국 측이 지출 총액을 급격히 끌어올리거나 주한미군 규모 조정 카드를 연계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NATO 확대 기준인 3.5% 안팎을 준용해 직접 군사비 지출이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전폭적인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방산 시장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박으로 한국 정부가 미국산 무기체계 구매를 확대할 경우 국내 방산 기업들의 내수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부담이 존재한다. 반면 캐나다처럼 미국 중심의 독점적 공급망에서 벗어나 파트너 다변화를 시도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K-방산이 틈새시장을 파고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동맹 통제력을 무기화할수록 역설적으로 주요국들의 자주국방 수요와 방산 수출 시장의 다변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방산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중기 변동성 관리를 위해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단기적으로 주한미군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미국 측이 제시하는 총액 요구치와 주한미군 규모 유지 여부는 국내 방위산업 및 내수 방산주의 단기 변동성을 결정하는 가장 즉각적인 트리거다.
둘째, 중기적으로는 캐나다 F-35 도입 계약 향방을 살펴야 한다. 계약 연기나 규모 축소 여부는 글로벌 전투기 시장의 수급 변화를 유발하며, 이는 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주 및 관련 글로벌 부품 공급망 흐름에 직결된다.
셋째, 국내 국방예산 내 외산 무기 비중도 중요한 점검 목록이다. 미국산 무기 구매 압박이 심화할 경우 국내 방산 기업의 내수 수주 잔고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므로, 정부가 제시하는 국산화 유지 비율과 해외 수출 수주 잔고의 상쇄 효과를 대조·점검해야 한다.
미국이 캐나다에 던진 안보 청구서는 단순한 양국 간 갈등을 넘어, 동맹 가치를 철저히 비용과 통상 논리로 재단하겠다는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본격 가동되었음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