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공급망 전수분석…2025년 매출 41조 원, 전년比 20% 폭증
DF-26 '괌 킬러'·극초음속 YJ-21…한반도·제2도련선 모두 사정권
DF-26 '괌 킬러'·극초음속 YJ-21…한반도·제2도련선 모두 사정권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미사일 생산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이 이란 전쟁과 중동 군사개입으로 정밀유도무기 재고를 소모하는 사이, 중국은 대만 침공과 태평양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를 위한 '둥펑(東風) 미사일 제국'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주한미군과 한반도 방어를 담당하는 미군 전력 역시 이 재고 불균형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 시각) 중국 미사일 산업 공급망에 참여하는 상장기업 81곳의 기업공시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중국 방산 업계의 폐쇄적 구조를 뚫고 공급망 재무 실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로, 중국의 양대 국영 미사일 기업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과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관련 400개 상장사를 검토해 군수 생산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81개사를 추려냈다.
공급망 기업 10년 새 두 배, 40%가 '역대 최고 매출'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사일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수는 2013년 32곳에서 지난해 81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질적 변화다. 지난해에는 이들 기업 가운데 약 40%가 시진핑 집권 이후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매출 비율이 가장 높았던 해가 2025년이라는 의미다. 관련 기업들의 총매출은 1890억 위안(약 41조 원)으로 전년 대비 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위 300대 상장기업 전체 매출이 오히려 감소한 것과 완전히 대비된다. 블룸버그는 "이는 중국 정부가 미사일 생산 확대를 위한 신규 발주를 대규모로 집행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공급망 기업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이는 중국 전체 대기업 평균 증가율(2.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분석은 중국이 극도로 통제하는 군수산업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창구다. 미 국방부는 현재 중국이 탄도미사일 최소 3150기와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3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2015년 대비 각각 147%, 50% 증가한 수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베카 와서(Becca Wasser)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한 미사일 재고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소모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중국 방문 중 시진핑과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대만 문제와 이란 전쟁이 핵심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민간기업까지 동원한 '군민융합'…DF-26은 이미 한반도 겨눈다
중국 미사일 증강의 또 다른 특징은 순수 국영 군수 체계를 넘어 민간기업을 광범위하게 흡수한 산업 생태계 구조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군민융합(軍民融合)' 전략을 강력히 추진해 민간 기술력을 군수 생산에 체계적으로 결합해 왔다.
그 대표 사례가 우한 가이드 인프라레드(Wuhan Guide Infrared)다. 적외선 센서 전문 기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매출의 70% 이상이 군사 장비에서 나오며, 대전차 미사일 자체 개발까지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3% 급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 전쟁 기여를 이유로 자회사를 제재했음에도 수익은 오히려 급증한 것이다. 양쯔 광학전자(Yangtze Optical Electronic)는 탄도·순항미사일 정밀 항법체계에 쓰이는 광섬유 코일을 CASIC에 공급하며 지난해 매출이 20% 늘었다. 청두 지아치 전자기술(Chengdu Jiachi Electronic)은 미사일·전투기·군함용 스텔스 코팅을 생산하며 지난해 16% 성장했다. 이들 4대 고성장 기업은 모두 민간 또는 민관 혼합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무기 체계 자체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톈안먼 열병식에서 중국은 YJ-21과 YJ-17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그리고 사실상 신형 ICBM으로 평가받는 DF-61을 공개했다. 중국 미사일 전력의 사정권은 이미 제2도련선(일본~인도네시아 동부) 전역을 포함하며, DF-26 '괌 킬러'는 약 4800km 사거리로 주한미군 증원 경로인 괌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한반도와 주변 해역도 사정권 안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증산은 우리 안보와도 직결된다.
블루패스 랩스의 존 반 오우데나렌(John Van Oudenaren) 연구원은 "최근 상황은 대만을 놓고 미국의 군사적·정치적 행동에 맞서 방어하고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제연구대학원(RSIS)의 양 지(Yang Zi) 연구원은 다만 최근 중국 로켓군 수뇌부와 방산 고위 연구자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실험 기지 사령관 출신 류궈즈 등 핵심 과학자 퇴출이 미사일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블룸버그 분석이 보여주는 그림은 명확하다. 미국이 이란 전쟁 소모전으로 탄약고를 비우는 동안, 중국은 조용히 '세계 최대 미사일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장기전은 결국 생산력 싸움"이라는 교훈을 확인한 가운데, 시진핑은 2027년 PLA 창설 100주년을 정조준하며 미사일 생산 능력 확대를 국가 전략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