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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억 달러 '트럼프호' 강행… 美 국방비 블랙홀, K방산엔 기회일까

'25조 원' 전함 띄우는 美… 개인 투자자가 지금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할 이유
"美 전함은 고철될 것"… 펠런 해임으로 본 K조선 MRO '골든타임'
미국 국방부가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한 이 프로젝트는 척당 17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 포드급 항공모함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가 군함이다. 이 거대 플랫폼이 안보 자산이 될지, 아니면 국방 예산의 블랙홀이 될지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방부가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한 이 프로젝트는 척당 17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 포드급 항공모함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가 군함이다. 이 거대 플랫폼이 안보 자산이 될지, 아니면 국방 예산의 블랙홀이 될지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 427(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존 펠런 미 해군 장관의 전격 해임 소식을 전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상명하복 위반이었으나, 내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이른바 트럼프급 전함건조라는 불가능한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데 따른 파장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가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한 이 프로젝트는 척당 170억 달러(25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 포드급 항공모함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가 군함이다.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무인기와 미사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 거대 플랫폼이 안보 자산이 될지, 아니면 국방 예산의 블랙홀이 될지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군사적 시대착오… '떠다니는 과녁'의 위기


미 해군이 1944년 이후 전함을 건조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전에서 대형 수상함은 드론, 잠수함, 초음속 미사일의 손쉬운 표적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됐듯, 해상 드론과 저가형 미사일은 이미 러시아 흑해 함대의 주요 전력을 무력화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1950년대 TV 다큐멘터리 '해전에서의 승리(Victory at Sea)'에서 영감을 얻은 '금빛 함대(Golden Fleet)' 구축에 집착한다. 문제는 전함에 탑재할 핵심 무기 체계인 전자기 레일건, 레이저 지향성 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여전히 개발 단계라는 점이다.

미 해군 내부조차 전함의 작전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2028년 착공을 강행하는 것은 전략적 무모함에 가깝다. 특히 미 조선업계가 현재 건조 중인 군함의 80% 이상이 납기 지연을 겪는 상황에서, 전함 건조는 방산 공급망의 병목 현상을 가속할 위험이 크다.

방산 예산의 재구조화… '효율성'이 갈림길


트럼프 행정부의 방산 예산 운용은 방만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급 전함' 외에도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 체계에 170억 달러(25조 원)를 추가 배정했으나, 기술적 타당성 논란으로 성과는 요원하다. 더욱이 방산 예산 내부에 정경유착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에릭 트럼프가 투자한 기업이 2400만 달러(353억 원) 규모의 국방 투자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예산 집행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반면, 이란과의 갈등으로 인한 토마호크 미사일 등 필수 전력의 소모는 극심하다. 미국은 이미 연간 구매량의 10배에 달하는 미사일을 사용했다. 군사 전략의 우선순위가 과거의 유물인 전함이 아닌, 현재의 필승을 위한 무인기·미사일 생산 시설 확충과 무인 전력 강화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 의회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K-조선·방산, 기회와 과제


미국이 '트럼프급 전함' 건조를 강행할수록 자국 조선업의 병목 현상은 심화된다. 이는 한국 조선업에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라는 실질적 기회다. 미 해군이 인력난과 노후 설비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은 동맹국인 한국의 기술력이다.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함대 유지'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

미국 국방 예산의 대형 플랫폼 편중은 역설적으로 한국 방산의 유무인 복합체계(MUM-T) 수출 기회를 넓힌다. 미국이 뒤늦게 드론과 미사일 방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산을 재편할 때, 한국의 첨단 전술 통신 및 무인기 기술은 필수 파트너가 될 것이다. '과거의 전함'을 좇는 미국과 달리, 한국 방산은 철저히 '실전 효율'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투자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투자자는 이번 국방 예산 논란을 단순한 정치적 이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향후 방산 투자의 성패는 정부의 '예산 배정 순서'에 달려 있다. 다음 3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방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플랫폼 vs 체계다. 트럼프급 전함이나 B-21 폭격기 같은 대형 유인 플랫폼보다는, 드론과 미사일 방어 체계 등 실전 효용성이 입증된 무인 무기 체계 기업의 매출 성장성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안정성이다. 조선업과 같이 인력 부족과 납기 지연이 고질적인 분야보다, 생산 자동화가 가능한 첨단 미사일 및 전자전 부품 제조사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셋째, 예산 집행률이다. 의회의 예산 승인 과정에서 삭감되거나 재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프로젝트' 관련 예산이 전체 국방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방위산업의 미래는 대통령의 향수가 아닌, 전장의 냉혹한 현실을 투영한 효율적 예산 집행에 달려 있다. 시장은 이제 '얼마나 큰 배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하느냐'를 묻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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