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7만9000톤 vs 美 5만5500톤… 잠수함 '생산속도' 美中 역전
한화오션 잔고 29조 vs TKMS 34조… 6월 말 우선협상자 발표
한화오션 잔고 29조 vs TKMS 34조… 6월 말 우선협상자 발표
이미지 확대보기잠수함 전력 평가 4대 축… '음향 은밀성'이 생존 가른다
잠수함 전력은 보유 척수만으로 가늠하지 않는다. 첫째 적 소나에 잡히지 않는 음향 은밀성, 둘째 어뢰·순항미사일·수직발사관(VLS) 기반 타격력, 셋째 공기불요추진(AIP) 또는 원자력 추진을 통한 수중 작전 지속 능력, 넷째 건조·정비를 떠받치는 산업 기반이 핵심 잣대다.
미국 해군정보국(ONI)과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Jane's)가 이 네 축으로 각국 전력을 평가한다. 산업 기반 변수는 최근 들어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2월 16일 '보 시 정 미 보하이(Boomtime at Bohai)' 보고서에서 "다수의 잠수함이 바다에 깔리는 추세가 미국과 서방의 전력 증강 노력에 점증하는 도전을 던진다"고 경고했다. 단순 수량 격차가 아니라 산업 사이클 자체가 흔들린다는 진단이다.
이미지 확대보기美 65척 보유에도 '생산 절벽'… 中 32척 빠르게 추격
군사 안보 측면에서 미국은 정점을 지킨다. IISS '밀리터리 밸런스 2025'에 따르면 미 해군은 잠수함 65척을 운용하며 이 중 핵 추진은 51척이다. 버지니아급 24척, 로스앤젤레스급 23척, 시울프급 3척, 오하이오급 14척이 4개 대양을 누빈다. 그러나 미 의회조사국(CRS)은 노후 LA급 퇴역으로 공격잠수함이 2030년 47척까지 감소하고, 2032년에야 50척을 회복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양적 추격에 속도를 냈다. CNN이 지난 2월 16일 인용한 IISS 분석에 따르면 2021~2025년 5년간 중국이 진수한 핵잠수함은 10척 7만 9000t으로 같은 기간 미국의 7척 5만 5500t을 처음 추월했다.
보하이 조선소(BSHIC)는 'SSBN 1척+SSGN 2척' 연간 생산 리듬을 정착시켰고, 영문 매체 디펜스시큐리티아시아는 "중국이 약 32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해 러시아(25~28척)를 제치고 세계 2위 운영국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IISS는 "중국 설계는 미국·유럽 잠수함 대비 품질에서 뒤처진다"며 음향 스텔스 격차를 단서로 달았다. 러시아는 보레이급 전략핵잠(SSBN)에 자원을 집중해 핵 억제력은 유지하되, 서방 제재로 야센급 등 공격형 핵잠수함 현대화 속도는 정체됐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재편, '강대국 정체'가 만든 기회의 창
미·중·러가 벌이는 심해의 '군비 경쟁'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강대국들은 자국의 해군력 확충과 핵 억제력 유지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미 해군조차 '생산 절벽'을 우려할 정도로 조선소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랐고, 러시아는 제재로 인한 기술 고립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 동맹국들이 처한 현실적인 고민은 "누가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전력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이러한 '공급 공백'은 역량 있는 중견국 방산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기회의 창이다. 전통적인 잠수함 강국인 독일조차 유럽 내 안보 불안으로 물량 적체에 시달리는 와중에, 한국은 도산안창호급으로 증명된 신속한 건조 능력과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에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은 단순 무기 구매를 넘어선다. 캐나다는 미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 자국의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제2의 허브'를 찾는 과정이다. 한국과 독일의 경쟁은 단순한 성능 대결을 넘어, 누가 향후 30년 동안 서방의 해양 안보를 뒷받침할 '신뢰할 수 있는 산업적 파트너'인지 그 표준을 정하는 싸움이 되었다. 6월 말 우선협상자 발표가 '운명의 60일'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TKMS 34조 vs 한화오션 29조… '필리 조선소'가 결정타
산업 비즈니스 측면의 무게중심도 격변기를 맞았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잠수함 시장은 2025년 264억 달러(약 38조 8100억 원)에서 2030년 323억 달러(약 47조 4900억 원)로 연평균 4.17% 성장한다. 핵잠수함 부문이 5.45%로 가장 빠르게 늘어 미국·영국·프랑스의 핵 추진 시장과 독일·한국·프랑스의 재래식 시장 양분 구도가 굳어진다.
TKMS는 2026년 1월 30일 노르웨이 정부와 Type 212CD 잠수함 2척 추가 계약을 체결하며 총 6척의 물량을 확보했고, 이에 힘입어 수주잔고는 200억 유로(약 34조 5500억 원)를 돌파했다. 작년 12월 MDAX 편입과 1월 기념 타종식은 탄탄한 자본시장 입지를 증명한다. 재무적으로는 1분기 매출 5억 4500만 유로(약 9400억 원)와 17%의 총이익률을 기록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 7% 이상을 목표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시스팬 조선소와 현지 유지보수(MRO) 협약을 맺고, UBC 및 인공지능 기업 코히어와 기술 동맹을 구축한 1500페이지 분량의 제안서가 강점이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 4월 제안서 수정 기회를 부여함에 따라, TKMS는 이러한 강력한 산업 파트너십을 앞세워 최종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
한화오션의 무기는 '실적과 미국 거점'이다. 2025년 매출 12조 6884억 원(전년 대비 +18%), 영업이익 1조 1091억 원(+366%), 수주 95억 5000만 달러(약 14조 원)로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다. 수주 잔고는 약 29조 원, 거제 4공장 완공으로 잠수함 4척과 수상함 2척 동시 건조 능력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의 결정타는 2024년 12월 인수를 끝낸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 조선소다. 트럼프 행정부의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에 한화오션이 직접 거명되며 한미 방산 협력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캐나다 제안서에는 2032년 1번함, 2035년까지 4척 인도가 명시돼 TKMS(2034년 1번함)보다 2년 빠른 일정이 강점이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경제 파급'을 명분으로 자동차·배터리 산업 패키지를 요구한 만큼, 폭스바겐 불참으로 균열이 생긴 독일 측과 LG에너지솔루션 온타리오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 측의 산업 협력 격차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韓 KSS-III '디젤 정점'… 한미정상회담發 SSN 시대 개막
한국은 도산안창호급(KSS-III) 배치-II로 재래식 잠수함 정점에 올랐다. 3600톤급 1번함 '장영실함'은 지난해 10월 22일 거제조선소에서 진수돼 리튬이온 전지와 연료전지 AIP를 동시 탑재한 세계 첫 재래식 잠수함이 됐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10셀 VLS를 갖춰 3주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 디젤 한계를 넘는 도약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고, 양국은 조인트 팩트시트에 이를 명문화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양국 간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국정감사에서 5000톤급 이상 SSN 4척 이상 건조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디젤 정점에서 SSN 운용국으로 도약하면 인도·태평양 수중 킬체인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다"고 분석했다.
6월 말 결과가 '한국 방산 표준'을 결정한다
캐나다 사업은 단순 수출이 아니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동맹국이 한국 잠수함을 작전 표준으로 인정하느냐의 시험대다. 도산안창호함은 지난달 25일 진해를 출항해 5월 하순 캐나다 에스퀴몰트 기지에 입항, 캐나다 해군과 5월 23일~6월 2일 연합 대잠훈련을 실시한다. 우선협상자 발표 일정과 정확히 겹친다.
시장 참여자가 점검할 지표는 세 가지다. ▲6월 말 CPSP 우선협상자 발표(6+6 분할 발주 시나리오 포함) ▲한미 핵잠수함 별도 협정 의회 처리 일정 ▲중국 095형 추가 진수와 한국 SSN 건조 착공 시점. 다만 IISS가 "수량이 곧 품질은 아니다"고 단서를 단 만큼, 한국이 추격해야 할 음향 스텔스·원자로 소형화 격차도 만만찮다.
인도 P-75I 사업을 가져간 TKMS와의 캐나다 정면충돌은 앞으로 10년 한국 방산이 '추격자'에 머무를지, '표준 제정자'로 올라설지를 가를 결정전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