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W 소장, "에너지·인프라 재원 마련 위해 세계 2위 금 보유고 일부 처분" 제안
3350톤 금 가치 7500억 달러 육박… ‘전략 자산 활용’ vs ‘신뢰의 닻’ 찬반 팽팽
3350톤 금 가치 7500억 달러 육박… ‘전략 자산 활용’ vs ‘신뢰의 닻’ 찬반 팽팽
이미지 확대보기유로 뉴스, AP통신의 지난 2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독일 경제연구소(DIW)의 마르셀 프라츠셔(Marcel Fratzscher) 소장은 최근 독일 매체 't-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보유한 거대한 금 보유고는 위기를 대비한 거대한 '저금통'"이라며, 고물가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부담을 덜고 교육과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해 금의 일부를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3350톤 ‘황금 보따리’의 가치… 금값 폭등에 매각 유혹 커져
독일 연방은행(Bundesbank)이 관리하는 금 보유량은 현재 3350톤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최근 국제 금 시세가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약 694만5190원)를 돌파하며 독일 보유고의 총 가치는 약 4400억 유로, 달러 환산 시 약 5000억 달러(약 738조7000억 원)에 육박한다.
프라츠셔 소장은 독일 정부가 이 자산을 묶어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독일 연방통계청이 집계한 '운전자 지표(Motorists' Index)'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나 치솟는 등 소비자 물가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의 재정적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 매각이라는 '금기'를 깨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독일 금 보유고의 약 3분의 1인 1236톤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Fed)에, 404톤은 영국 런던에 보관되어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서 무역 흑자를 금으로 전환하며 형성된 역사적 결과물이다.
지난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374톤을 회수하는 등 일부 환수 조치가 있었으나 여전히 상당량이 해외에 머물고 있다.
정치권 ‘해외 금 환수’ 공방 격화… ‘탈유로’ 정쟁 도구로 전락 우려
유럽 납세자 연맹의 미하엘 예거(Michael Jäger) 부회장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제는 금을 본국으로 가져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난달 연방 의회에 모든 국유 금의 환수를 요구하는 안건을 상단에 올렸다.
이들은 환수된 금을 향후 독일의 독자적인 법정 화폐의 담보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상 유로존 탈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제도권 정당들은 이러한 주장에 냉소적이다. 사회민주당(SPD)의 필립 로트빌름 의원은 뉴욕에 금을 보관하는 것이 금융 유연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반박했으며, 녹색당의 제바스티안 셰퍼 의원은 "뉴욕 연준 금고에 있는 금은 안전하며, AfD의 주장은 본질을 흐리는 가짜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연방은행의 ‘절대 불가’ 방침… 화폐 신뢰의 최후 보루
금 매각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독일 연방은행은 금 보유고를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화폐 가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지탱하는 최후의 닻'으로 정의하며 매각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 매각이 자칫 시장에 독일 경제의 위기 징후로 읽혀 오히려 유로화의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프라츠셔 소장 역시 "연방 총리라 할지라도 연방은행에 금 매각을 강제할 수는 없다"라며 제도적 한계를 인정했다.
이번 논란은 독일 내 가계 부채 증가와 공공 인프라 노후화라는 경제적 난제를 풀기 위해 '전략 자산의 유동화'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 신뢰의 상징'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독일 사회의 깊은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수록 '잠자는 황금'을 깨워 민생에 투입하라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