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가논 전격 인수… 제네릭 강자 넘어 '혁신 신약'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
고환율·고부채 리스크 뚫고 '여성 건강' 시장 선점… 아시아 자본의 역습 본격화
고환율·고부채 리스크 뚫고 '여성 건강' 시장 선점… 아시아 자본의 역습 본격화
이미지 확대보기인도 최대 제약사인 선 파마슈티컬(Sun Pharmaceutical Industries, 이하 선파마)이 미국 뉴저지 기반의 제약사 오가논(Organon & Co)을 117억 5000만 달러(약 17조 2995억 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제약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계약은 전액 현금 결제 방식으로 진행되며, 선파마는 오가논의 부채를 포함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당 14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했다.
CNBC,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27일(현지시각) 이를 공식화됐으며,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선파마는 연 매출 124억 달러(약 18조 2565억 원) 규모의 세계 25대 제약사로 수직 상승한다고 보도했다.
'카피약' 굴레 벗고 덩치 키운 선파마, 신약 비중 27%로 '퀀텀 점프'
이번 M&A의 가장 큰 수확은 선파마의 사업 체질 개선이다. 그동안 저가 복제약(제네릭) 시장에서 쌓아온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고수익 '혁신 신약' 포트폴리오를 대거 확보했기 때문이다.
머크(MSD)에서 2021년 분사한 오가논은 여성 건강 및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70여 개의 독보적인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140개국에 달하는 광범위한 글로벌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선파마의 기르티 가노르카르(Kirti Ganorkar)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인수가 미국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명확히 했다. 실제로 이번 합병을 통해 선파마 전체 매출에서 혁신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0%에서 27%까지 확대된다.
이는 인도 제약사가 서구권 빅파마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신약 주도권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했음을 뜻한다.
28일 현재 시장에서는 선파마가 기존 강점인 피부과와 안과를 넘어 오가논의 주력 분야인 여성 질환 치료제 시장까지 석권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2조 원대 부채안은 '역발상 투자'… 금융권 "장기적 가치 증대 기대"
다만 오가논이 보유한 86억 달러(약 12조 6635억 원) 규모의 부채는 선파마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오가논은 지난해 말 기준 순부채를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로 나눈 비율이 4배에 이를 정도로 재무적 부담이 큰 상태였다.
그러나 선파마는 과거 타로 파마나 란박시 사례처럼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킨 성공 경험을 이번에도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선파마의 우량한 재무 구조가 오가논의 부채를 흡수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에퀴러스 캐피털의 바베쉬 샤 매니징 디렉터는 "단기적으로는 통합 비용과 실행 리스크가 따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합병 후 통합 법인의 부채 비율은 2.3배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선파마가 보유한 현금 창출 능력을 시장이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제약 주도권,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 'K-바이오'에 던지는 함의
이번 빅딜은 단순히 기업 간의 결합을 넘어 글로벌 제약 산업의 중심축이 서구에서 아시아 자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선파마는 미국과 유럽의 제조 시설 및 연구 인력을 한꺼번에 흡수하며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을 선도할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중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 오가논이 가진 영업력은 선파마의 외연 확장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딜립 상비(Dilip Shanghvi) 선파마 회장은 성명을 통해 "양사의 상호 보완적인 역량 결합은 전 세계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제약사의 위상이 격상됨에 따라, 향후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환율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과감한 베팅에 성공한 선파마의 행보는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을 꿈꾸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