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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헬륨 수출 통제’ 전격 도입… 글로벌 반도체·의료 대란 비상

2027년 말까지 유라시아 외 국가 수출 승인제… 카타르 생산 중단에 ‘자원 무기화’
美·이란 전쟁發 공급망 붕괴 속 현물가 폭등… 中과의 ‘에너지 밀월’은 더욱 심화
러시아 정부는 2027년 말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외 국가로 향하는 헬륨 수출을 총리 직속 승인 사항으로 격상하는 특별 경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정부는 2027년 말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외 국가로 향하는 헬륨 수출을 총리 직속 승인 사항으로 격상하는 특별 경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러시아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헬륨 부족 사태를 틈타 사실상 ‘헬륨의 자원 무기화’를 선언했다.
반도체·의료기기·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을 직접 통제함으로써 서방의 제재에 맞서는 한편 국내 시장 안정과 전략적 우방국인 중국으로의 공급을 우선시하겠다는 포석이다.

14일(현지 시각) 모스크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027년 말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외 국가로 가는 헬륨 수출을 총리 직속 승인 사항으로 격상하는 특별 경제 조치를 시행했다.

◇ ‘이란 전쟁’이 부른 헬륨 쇼크…카타르 공백 메우는 러시아의 선택


이번 수출 통제의 배경에는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0~38%를 차지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이 이란의 공습으로 타격을 입고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겹치며 중동발 헬륨 공급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2025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카타르에 이어 세계 3위의 헬륨 생산국이다. 러시아산 헬륨(전 세계 점유율 약 10%)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꼽히며 현물 가격이 전쟁 전과 비교해 폭등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산 헬륨을 구매하려면 러시아 산업통상부의 감독 아래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나 부총리들의 직접 승인을 받아야 한다.

◇ “반도체부터 MRI까지 위협”…미슈스틴 총리의 경고


미슈스틴 총리는 최근 연료와 에너지 전략회의에서 헬륨 부족이 현대 문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냉각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의 초전도 자석 냉각, 인공지능(AI) 시스템 운영 등에 헬륨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러시아는 "국내 시장의 안정성을 우선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최대 구매국인 중국으로의 공급을 확고히 하고, 비우호국(서방 국가)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경 인근에 위치한 가스프롬의 아무르 가스 처리 공장은 러시아 헬륨 생산의 핵심이다. 현재 2단계 증설 작업이 95% 이상 완료돼 2026년 상반기 내 가동을 앞두고 있어 러시아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2026년 상반기, 글로벌 공급망 ‘운명의 시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 세계 하이테크 기업들에 치명적인 병목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게이트 등 하드디스크(HDD) 제조사들은 헬륨 공급 부족으로 이미 제품 가격을 20~30% 인상했다.

MRI 가동에 필요한 액체 헬륨 수급이 어려워지면 전 세계 의료 현장에서 진단과 치료 지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란 전쟁으로 비료와 에너지가 귀해진 상황에서 헬륨까지 통제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경제적 횡재를 노리고 있다.

◇ 한국 반도체와 의료 산업에 주는 시사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약 4~6개월치의 헬륨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수출 통제가 길어질 경우 5월 이후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90%에 이르는 재활용 시스템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공급처 다변화가 절실하다.

국내 병원들의 MRI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헬륨 비축 물량 관리와 긴급 수입 경로 확보가 필요하다.

유라시아경제연합 국가들은 통제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활용해 카자흐스탄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조달 경로를 점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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