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보다 전력·부지”… AI 2막, 데이터센터·송전망이 승패 가른다
메타 6000억 달러, 앤스로픽 3.5GW… AI 전쟁, ‘모델 지능’에서 ‘에너지 인프라’로 이동
한국, K-AI 인프라 없으면 ‘입구컷’… 전력요금·송전망·규제 대수술이 생존 조건 된다
메타 6000억 달러, 앤스로픽 3.5GW… AI 전쟁, ‘모델 지능’에서 ‘에너지 인프라’로 이동
한국, K-AI 인프라 없으면 ‘입구컷’… 전력요금·송전망·규제 대수술이 생존 조건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6일(현지시각) 기즈모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메타는 6000억 달러(약 887조 원)라는 천문학적 자산을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올인하기로 했고, 앤스로픽은 사모펀드와 손잡고 기업 현장에 직접 침투하는 ‘영업 중심’ 전략으로 급선회했다.
메타, 6000억 달러 쏟아붓는 ‘개방형 AI 요새’ 구상
메타는 2028년까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에 최대 6000억 달러(약 887조 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력·에너지, 부지·지역사회 인프라를 포괄하는 이 설비 투자는 차세대 AI 모델을 위한 ‘초대형 공장(fabric)’을 미리 깔아 두는 작업이라는 평가다.
현재 메타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GW(기가와트)급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 ‘하이페리온(Hyperion)’을, 오하이오주에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를 포함한 30여 개 데이터센터를 순차적으로 건설 중이다. 이 인프라는 메타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모델 ‘아보카도(Avocado)’와 향후 후속 모델들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수익이다. 메타는 올해에만 AI 인프라 확충에 1150억~1350억 달러(약 170조~199조 원)를 집행할 계획이지만, 자사 AI 서비스의 직접적인 수익 모델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메타는 폐쇄형 모델 판매에 매달리기보다는, 모델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실행 파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묶은 일부 툴체인을 개방해 사실상 ‘AI 운영체제’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고 있다. 업계는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오피스 조합처럼 생태계 잠금 효과를 통해 장기 수익을 노리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앤스로픽, PEF와 10억 달러 합작… “포트폴리오 기업 통째로 AI 이식”
오픈AI·구글과 함께 ‘AI 3강’으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기술 고도화 경쟁에서 한 발 더 나가,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기업 현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블랙스톤, 제너럴 애틀랜틱, 헬먼 & 프리드먼 등 글로벌 PEF들과 약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앤스로픽이 2억 달러(약 2960억 원)를 출자하고 나머지 8억 달러(약 1조 1840억 원)는 PEF들이 채우는 이 합작사는, 이들 PEF가 투자한 수십~수백개 포트폴리오 기업에 앤스로픽의 AI 도구 ‘클로드(Claude)’를 일괄 도입하고 활용 컨설팅까지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개별 기업을 하나씩 설득하는 대신, PEF 운용사의 결정을 통해 단숨에 다수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이식하는 구조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기업마다 제각각인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시스템을 단일화하고, 인건비·운영비를 줄여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앤스로픽은 안정적인 기업 고객 기반과 반복 매출(ARR)을 확보하고, PEF는 엑시트(지분 회수) 시점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구상은 오픈AI가 준비 중인 합작법인 ‘디플로이코(가칭)’와도 정면으로 경쟁한다. AI 산업의 초점이 모델 성능 경쟁에서, 금융자본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결합한 ‘밸류업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브로드컴·구글·앤스로픽, 3.5GW ‘반(反) 엔비디아’ 전선
AI 인프라의 또 다른 축인 반도체·전력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일극 체제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CNBC와 미국·한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구글의 차세대 AI 칩 ‘TPU(텐서 처리장치)’ 생산 계약을 확대하는 동시에, 앤스로픽에 최대 3.5GW 규모의 AI 컴퓨팅 용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3.5GW는 기존 앤스로픽이 확보한 1GW 수준의 세 배를 웃도는 전력 규모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여러 기에 맞먹는 수준이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맞춤형 AI 프로세서(ASIC·TPU)를 기반으로 앤스로픽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며, AI 수요 급증을 계기로 고부가가치 칩·패키지 사업 비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일본계 증권사 미즈호의 애널리스트 비제이 라케시는 브로드컴의 AI 관련 매출이 2026년 210억 달러(약 31조 원)에서 2027년 420억 달러(약 62조 12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범용 GPU 대신 특정 모델·워크로드에 최적화한 ASIC·TPU로 전력 효율과 단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AI 인프라 업계의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2막은 전력·부지·규제 게임”… 한국 기업의 선택지는
전문가들은 메타와 앤스로픽 사례가 AI 산업의 ‘2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모델 지능만으로 승부를 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가와트(GW) 단위 전력과 토지, 송전망·변전소, 맞춤형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패키지로 얼마나 빨리 묶어내느냐가 성패를 가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 제시되는 전략 옵션도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메타·오픈소스 진영이 주도하는 개방형 AI 생태계에 합류해, 모델 자체보다 응용 서비스·산업별 솔루션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발전·송전망·데이터센터·맞춤형 반도체를 통합한 ‘K-AI 인프라 연합’을 구성해, 글로벌 AI 팩토리의 일부를 국내에 유치하거나 국산 AI 서비스의 운영 기반을 자국 내에 고정하는 시나리오다.
관건은 시간과 규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동 일부 국가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와 송전망 확충, 신재생·원전 연계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어, 인허가 리드타임과 전력 단가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입구컷’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몇몇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과 자본의 한계를 넘는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한국도 전력 요금 체계와 인프라 규제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