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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거대 무인잠수함 공개…태평양 방어망 새 위협 부상

20m급 공개형 넘어 40m급 비밀 변종 포착…미 해군 오르카 체급 압도
중국 "연안 방어용" 해명에도 美는 긴장…대만해협·남중국해 수중전 판도 흔들리나
지난해 중국 군사 열병식에 등장한 초거대 무인잠수함. 중국은 20m급 공개형 플랫폼에 이어 40m급 비공개 변종까지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미국에서는 이 체계가 장차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접근을 차단할 핵심 수중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중국 군사 열병식에 등장한 초거대 무인잠수함. 중국은 20m급 공개형 플랫폼에 이어 40m급 비공개 변종까지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미국에서는 이 체계가 장차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접근을 차단할 핵심 수중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이 초거대 무인잠수함(XXLUUV)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 안보 당국의 경계심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수중 무인체계의 크기와 잠항 지속 능력, 자율성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보이지 않는 심해가 미·중 전략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5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비엣타임즈(VietTime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군사 열병식에서 길이 약 20m급 무인잠수함 HSU001을 공개했다. 이 체급만으로도 미 해군이 운용하는 최대 무인잠수정 '오르카(Orca)'보다 크다. 그런데 최근 서방 매체들이 분석한 위성사진에서 중국 해군 시설 안에 길이 40m를 넘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 변종까지 포착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단순한 시험용 플랫폼이 아니라 새로운 수중전 개념을 염두에 둔 전력화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국방 전문가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초대형 무인잠수정이 실전 배치될 경우 시애틀·오클랜드·로스앤젤레스 같은 미 서부 연안 도시는 물론, 파나마 운하 같은 전략 물류 거점까지 새로운 위협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현 단계에서 중국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미군 입장에서는 상대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전략적 부담이다.

"연안 방어용"이라는 해명…오히려 美 우려 자극

중국 측은 이런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얼빈공학대학 무인체계 전문가 얀제핑(Yan Jieping)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중국의 초거대 무인잠수함은 연안 방어와 지역 안보, 민간 연구, 환경 감시에 우선순위를 둔 체계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이 플랫폼의 핵심 임무는 미 본토 공격이 아니라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수중 축에 가깝다. 미국 항모전단과 잠수함 전력이 중국 근해로 진입하는 것을 보이지 않는 수중 전력으로 봉쇄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해명은 오히려 미국의 우려를 더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을 직접 타격하는 것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기동을 제약하는 편이 중국에는 훨씬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미 해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값비싼 유인 잠수함과 수상 전력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장기간 잠항하는 대형 무인잠수정으로 접근 통로를 감시·타격할 수 있다면 중국의 해양 억제력은 질적으로 달라진다.

소형 원자로·양자통신·자율 AI…중국의 차세대 청사진


중국이 그리는 차세대 청사진도 심상치 않다. 얀 교수는 차세대 대형 무인잠수함에 초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수개월간 부상(浮上) 없이 작전하는 능력을 확보하고, 양자 통신과 중성미자 통신 같은 탐지 곤란형 데이터 전송 기술을 접목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여기에 외부 지시 없이 자체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음향·광학·전자기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는 다중 스펙트럼 센서, 중력장 매칭 항법과 원자 자이로스코프 같은 첨단 항법장치까지 더해지면, 이 플랫폼은 단순한 무인잠수정을 넘어 독립 작전이 가능한 '수중 전략 자산'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장벽도 높다. 고속 기동과 수개월간의 자율 운항을 동시에 충족하는 대형 UUV를 만들려면 극도의 신뢰성을 갖춘 동력계통과 정교한 에너지 관리, 고장 허용형(fault-tolerant) 제어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프트 로봇과 복합소재를 활용한 저비용 양산 구상 역시 아직 넘어야 할 공학적 과제가 적지 않다. 얀 교수 스스로도 이런 무인체계 개발이 거대한 기술적·재정적 위험을 수반한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분야를 단순 연구가 아닌 장기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수중 무인 경쟁은 이제 막 본격화하는 단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단순히 미국을 추격하는 수준을 넘어, 체급과 지속성, 자율성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는 점이다. 항모와 구축함의 수상 경쟁이 이미 익숙한 풍경이라면, 앞으로의 진짜 승부는 심해에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조용히, 얼마나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이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초거대 무인잠수함은 그 변화의 서막일 수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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