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보다 35달러 비싼 '실물 쇼크'… 호르무즈 봉쇄가 부른 정유업계 원유 확보 전쟁
고유가 장기화에 150달러 돌파 가시권… 한국 석유화학·물류업계 비용 부담 가중
고유가 장기화에 150달러 돌파 가시권… 한국 석유화학·물류업계 비용 부담 가중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가 마비되자, 당장 공장을 돌릴 원유가 급해진 글로벌 정유사들이 거액의 웃돈을 얹어 현물 확보에 나서면서 유가가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블룸버그의 8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실제 원유 화물의 가치를 나타내는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 가격은 7일 배럴당 144.42달러(한화 약 21만62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가격 평가 기관 플래츠(Platts)가 198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3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기록적인 고점마저 넘어선 수치다.
선물 시장 비웃는 현물의 반란… “종이보다 실물이 무섭다”
이번 유가 폭등의 핵심은 ‘선물(Futures)’과 ‘현물(Spot)’의 극심한 가격 역전 현상이다.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를 보고 거래하는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배럴당 109달러 선에 머물렀으나, 당장 인도받아야 하는 현물 가격은 이보다 35달러나 비싼 144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현상은 금융시장의 심리적 위기보다 실물 경제의 공급 부족이 훨씬 심각하다는 강력한 신호다.
모건스탠리의 마르틴 라츠(Martijn Rats) 글로벌 원유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구매자들이 대서양 연안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기록적인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있다"며 "아시아 정유사들이 중동 대신 대서양 물량으로 눈을 돌리면서 브렌트유 공급 시스템 전체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만든 '공급 블랙홀'… 한국 경제 직격탄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도입선 다변화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현물 가격의 폭등은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물론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어 수출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150달러 돌파 가시권… '수요 파괴' 공포 현실로
에너지 전문가들은 공급망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파괴는 유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경제적 마비 상태를 의미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현물 쇼크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모건스탠리는 전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2분기 평균 유가가 110달러를 상회하고, 최악의 경우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이번 '144달러 돌파'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국가적 에너지 안보 위기의 전조로 읽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 맞춘 비상 경영 체제 가동이 시급한 상황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