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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 멈추나… 헬륨 대란 경고에 삼성·SK하이닉스 ‘탈중동’ 총력전

이란 리스크에 공급망 ‘올스톱’ 위기… 미국·아프리카로 수입선 급선회
삼성, ‘헬륨 재활용’ 기술로 자급률 19% 확보… SK, 국가별 수입 비중 전면 재조정
6개월 버틸 재고 있지만 분쟁 장기화 시 ‘웨이퍼 냉각 불가’… 생산 차질 비상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카타르 등 중동에 치우친 헬륨 수입 구조를 미국과 아프리카로 분산하고, 버려지는 가스를 다시 쓰는 ‘재활용 기술’을 전면 도입하는 등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카타르 등 중동에 치우친 헬륨 수입 구조를 미국과 아프리카로 분산하고, 버려지는 가스를 다시 쓰는 ‘재활용 기술’을 전면 도입하는 등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카타르 등 중동에 치우친 헬륨 수입 구조를 미국과 아프리카로 분산하고, 버려지는 가스를 다시 쓰는 재활용 기술을 전면 도입하는 등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5(현지시각) 디지타임스(Digitimes)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중동 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글로벌 산업 가스 기업인 린데(Linde), 에어프러덕츠(Air Products) 등과 협력해 수입 경로를 전면 재설계하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과 노광 공정에서 열을 식히는 핵심 소재로, 공급이 흔들릴 경우 EUV 공정에서 열 제어가 불안정해지며, 이는 곧바로 수율 급락으로 이어져 라인당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 자원이다.

[데이터 분석] 헬륨 공급망 리스크 체크포인트.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데이터 분석] 헬륨 공급망 리스크 체크포인트.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카타르 65% 의존의 역습… 미국·알제리로 공급망 루트 바꾼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집계한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헬륨 수입 중 카타르 비중은 중량 기준 64.7%로 절대적이다. 이어 미국(27.1%), 러시아(6.2%), 중국(1.7%) 순이다. 전체 물량의 3분의 2를 중동에 의존하다 보니,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반도체 생산라인은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글로벌 헬륨 생산은 미국과 카타르, 알제리에 집중돼 있어 특정 지역 리스크가 곧 글로벌 공급 충격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동 이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 정세와 규제 탓에 수입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미국산 물량을 대폭 늘리고 알제리 등 아프리카 국가로 수입선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초기 조달 계획부터 분쟁 위험 지역을 제외하는 '클린 소싱' 원칙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 또한 특정 국가에 쏠린 수입 비율을 분산하여 지정학적 충격을 완화하는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 역시 헬륨 비축과 재활용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핵심 가스 확보 경쟁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지 말고 다시 쓰자… 삼성, 헬륨 자급률 19% 시대 연다


단순히 수입처를 바꾸는 것을 넘어 가스를 직접 아끼는 기술적 돌파구도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생산 라인에 도입한 헬륨 재활용 시스템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시스템은 공정 후 배출되는 폐헬륨을 수거해 고순도로 정제한 뒤 다시 생산 라인에 넣는 방식이다. 에틸렌 등 불순물을 ppm(100만분의 1) 단위로 걸러내야 하는 초고난도 정제 기술이 핵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통해 해마다 약 4.7(t)의 헬륨을 아낄 수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 전체 소비량의 약 19%를 스스로 해결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원가 절감까지 잡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헬륨 재활용 기술은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외부 공급망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분쟁 장기화 시 수율 급락경고… 패러다임 전환 절실


현재 삼성과 SK6개월 정도의 재고를 비축해 당장 공장이 멈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헬륨은 천연가스 채굴 시에만 소량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라 수요가 폭증해도 즉각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효율성보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에 집중하며 비축량을 늘려왔지만, 에너지 지정학 리스크가 물류 마비로 이어지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지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헬륨 가격 상승은 반도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IT 기기 가격 전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단순한 소재 확보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 비축과 재활용 기술 표준화가 향후 반도체 패권 경쟁의 숨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 참여자들과 투자자들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통제 여부 ▲미국 내 헬륨 생산 시설 가동률 ▲국내 기업의 재활용 시스템 도입 속도를 헬륨 관련 시장 흐름의 핵심 지표로 주시해야 한다.

헬륨은 보이지 않는 반도체 병목으로, 향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 기업이 수율과 원가 경쟁에서 동시에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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