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ZEA 경제 위기 중동 전쟁에 시총 1200억 달러 증발… 두바이 모델 '비상’

부동산 거래량 50% 폭락·건설사 주가 25% 급락… '안전 자산' 신화 붕괴
두바이 공항 피격 여파로 항공·관광 마비… 인구성장률 1%대 추락 전망
이란의 공습을 받은 UAE 두바이.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의 공습을 받은 UAE 두바이.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그간 '중동의 안전한 섬'으로 군림해 온 아랍에미리트(ZEA) 경제가 35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관광·부동산·금융 등 서비스업에 치중된 '두바이 모델'이 전쟁 여파에 직접 노출되며 석유 수출로 반사이익을 얻은 주변국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쟁의 포화가 이어지면서 ZEA의 핵심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하방 압력을 받아 심각한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멈춰 선 '글로벌 터미널'… 항공·관광 산업의 처참한 붕괴


ZEA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엔진인 항공 산업이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를 인용해 최근 한 달간 취소된 항공편만 1만 8400편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13일(현지시각) 두바이 시내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공항 인근의 위협은 '안전한 휴양지'라는 두바이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계기가 됐다.

모건스탠리는 중동 지역 명품 매출의 약 50%를 담당하던 두바이의 소매 시장이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해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분석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주요 관광 시설이 공격의 가시권에 들어가면서, 그간 ZEA가 강조해온 '물리적 안전성'이라는 브랜드 자산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점이 경제적 타격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건설 시장의 연쇄 충격과 자산 가치 하락의 가속화

전쟁의 공포는 실물 경제를 넘어 금융과 자본 시장을 강타했다. 지난 한 달 사이 두바이와 아부다비 증시에서는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전체 시가총액 중 1200억 달러(약 181조 1200억 원)가 증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ZEA 자산을 '안전 자산'에서 '고위험 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개발사인 에마르 프로퍼티스(Emaar Properties)의 주가는 고점 대비 25% 이상 폭락하며 건설·부동산 업계에 닥친 위기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대형 개발사조차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진행 중이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해외 투자자들의 '탈출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산 동결 가능성을 우려해 현재 시세보다 10~15%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이른바 '손절매'를 감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자산 시장의 기초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말… 인구 유입 둔화와 장기 침체 우려


수년간 급등세를 보였던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도 급격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두바이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으며, 지난 2월과 비교하면 판매 실적이 50% 이상 폭락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ZEA의 미래 성장 동력인 '인구 유입'이 멈춰 섰다는 사실이다. 시티그룹은 당초 연 4%로 예상됐던 두바이 인구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대로 하향 조정했다.

2031년까지도 연 2%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은 노동력과 외국 자본이 끊임없이 유입되어야 유지되는 '두바이식 서비스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 입주했던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현재 인력을 대피시키거나 거점을 주변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이번 사태는 ZEA가 추진해온 '포스트 오일(Post-Oil)' 전략이 지역적 분쟁이라는 변수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단순히 피해 복구를 넘어 외부 충격에 민감한 경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와 금융이 결합된 ZEA의 경제 모델이 영구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브랜드 두바이'가 상실한 '신뢰와 안전'이라는 가치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향후 수십 년의 경제 향방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