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이란, 걸프 제련소 공습… 알루미늄값, 4년 만에 최고치 '비상’

중동 생산 시설 정밀 타격에 톤당 3492달러 돌파
전 세계 물량 9% 고립… 한국 가전·자동차 제조원가 직격탄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4000달러 선 위협, 공급망 재편 시급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톤당 3492달러(약 529만 원)를 기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톤당 3492달러(약 529만 원)를 기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란이 중동의 핵심 알루미늄 생산 기지를 직접 타격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C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GA)과 알루미늄 바레인(Alba)의 생산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여파로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5.5% 급등하며 톤당 3492달러(약 529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멈춰 선 '걸프 제련소'... 연간 300만 톤 공급망 붕괴 위기


이번 공습은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동맥 경화'를 야기했다.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약 9%를 담당하는 걸프 지역 제련소들이 사실상 가동 중단이나 수출길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GA) 알 타위라(Al Taweelah) 제련소는 지난해 기준 연간 160만 톤의 금속을 생산하던 핵심 기지였으나, 이번 피격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알루미늄 바레인(Alba) 역시 지난 15일 이미 물류 마비를 이유로 연간 생산량(162만 톤)의 19%인 약 31만 톤 규모의 제련 라인 3개를 폐쇄했다. 여기에 카타르의 카탈룸(Qatalum) 제련소까지 가스 공급 차질로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추면서, 중동에서만 연간 약 200만~300만 톤 규모의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는 '호르무즈의 덫'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중동산 알루미늄은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데, 이란이 이 해협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물류 고립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에이프릴 케이 소리아노 S&P 글로벌 연구원은 "걸프 지역의 공급망 마비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넘어 산업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 심각한 하방 압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 '제조원가 쇼크' 현실로… 구매선 다변화 사투


국내 산업계에는 벌써부터 '비용 인플레이션'의 경고등이 켜졌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차체 경량화 소재부터 가전제품의 방열판, 반도체 제조 공정용 부품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필수 소재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업계는 냉장고 열교환기와 세탁기 모터 하우징 등에 알루미늄을 대량 사용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 역시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알루미늄 채택 비중을 높여온 터라, 소재값 폭등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증권가에서는 "공급 차질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국내기업들의 제조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알루미늄 가공 업계에서는 "현재 비축 재고로 버티고 있으나,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나 동남아시아로 구매선을 긴급히 돌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대체 산지의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입 단가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처지다.

톤당 4000달러 돌파하나… 중국의 '증산 카드' 주목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알루미늄 가격이 톤당 4000달러(약 600만 원) 선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2026년 평균 가격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장의 마지막 기대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중국은 현재 환경 규제를 위해 연간 생산량을 4550만 톤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글로벌 가격이 폭주할 경우 유휴 제련소를 재가동해 공급 부족을 메울 유일한 '소방수'로 꼽힌다.

그러나 소리아노 연구원은 "중국의 증산 여력도 전력 수급과 환경 정책 탓에 제한적일 수 있어, 글로벌 시장의 공급 부족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산업계는 고원자재가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 관리(SCM)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소재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