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이코노믹스 "국제 유가 배럴당 140달러 돌파 시 세계 경제 사실상 '정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성장률 하락·물가 급등 '복합 위기' 직면
정부, 200일분 비축유 확보·100조 원 투입 등 '전방위 안정화 대책' 총력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성장률 하락·물가 급등 '복합 위기' 직면
정부, 200일분 비축유 확보·100조 원 투입 등 '전방위 안정화 대책' 총력
이미지 확대보기지난달 말 시작된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산업계의 생존이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액시오스(Axios)는 12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약 20만86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수치로, 한국과 같은 제조 중심 수출 국가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안보 직격탄…원유 100달러 돌파에 '공급망 비상’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우리나라는 도입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10% 가까이 급등하며 배럴당 101달러(약 15만원)를 돌파했다. 분쟁 전 72달러 선이었던 유가가 순식간에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경제학자는 "유가가 이 수준에 도달하면 금융시장 조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에너지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는 물론 비료 원료인 요소와 암모니아,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천NCC를 비롯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생산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 가능성을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비상 대응' 가동…200일분 비축유와 100조 원 규모 금융 지원
우리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에너지 안보망을 촘촘히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약 1억 배럴(117일분)에 달하는 정부 비축유에 민간 재고를 더해 총 200일 이상 버틸 수 있는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동에 치우친 원유 도입선을 북미와 호주 등지로 다변화하여 공급망의 실질적인 체력을 키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물 경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규모 금융 지원책도 뒤따른다. 기획재정부는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잠재우고자 필요할 때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수출 전선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1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고 물류 바우처를 지원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덜기 위해 약 30년 만에 '국내 연료 가격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유가의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그대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여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제 역성장 위기…장기전 대비한 체질 개선 필요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유가 140달러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0.7% 감소하고, 글로벌 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보다 1.7%포인트 높은 5.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리스크를 반영해 코스피(KOSPI) 지수의 하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25%로 높여 잡았으며, 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장기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한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임스 김 미국 스팀슨 센터 한국 프로그램 국장은 "단기적인 분쟁은 비축분으로 견딜 수 있지만, 봉쇄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한국의 제조 및 수출 역량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며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