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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유럽 방산(防産)은 축제…레오나르도·라인메탈 '슈퍼 사이클' 가속

라인메탈 주가 2022년 이후 1700% 폭등…레오나르도 2030년 이익 2배 목표 공시
6대 기업 수주 잔고 4년 새 평균 135% 급증…"전쟁이 빠르고 위험해질수록 우리는 성장"
이탈리아 방산기업 레오나르도의 AW139 헬리콥터. 레오나르도는 첨단 항전 장비와 방공 시스템을 앞세워 2030년까지 수익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사진=레오나르도이미지 확대보기
이탈리아 방산기업 레오나르도의 AW139 헬리콥터. 레오나르도는 첨단 항전 장비와 방공 시스템을 앞세워 2030년까지 수익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사진=레오나르도

이란 전쟁이 개전 1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수십만 명의 운명이 걸린 전장(戰場)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유럽 증권 거래소에서는 방위산업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Leonardo)는 12일(현지 시각) 2030년까지 순이익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중기 경영 계획을 공시하며 주가를 9% 끌어올렸다. 바로 전날 독일의 라인메탈(Rheinmetall)은 올해 매출이 최대 45%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고 CNBC가 보도했다.

"전쟁은 더 빠르고 위험해졌다"…레오나르도, '디지털 방산'으로 승부수


로베르토 친골라니(Roberto Cingolani) 레오나르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자 설명회에서 "현대의 전쟁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위험해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불확실성과 작전 복잡성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하이브리드 위협'의 시대에, 레오나르도는 단순 무기 제조사를 넘어 디지털 방산(Defense Electronics) 플레이어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레오나르도의 핵심 전략 자산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에 대응하는 독자 방공 플랫폼 '미켈란젤로 돔(Michelangelo Dome)'이다. 공중 위협을 탐지·추적·무력화하는 통합 방공 플랫폼으로, 드론·순항 미사일·탄도탄이 뒤섞인 현대전의 복합 공중 위협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레오나르도는 이란전에서 드론·기뢰·미사일이 복합 사용되는 양상이 '미켈란젤로 돔'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Barclays)는 이날 레오나르도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상향하며, "미·이란 갈등이 단기적으로 방산 섹터 활황의 내러티브를 강화하지만, 레오나르도는 그 중에서도 동종 기업 대비 수익 모멘텀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선 비중이 낮아 향후 휴전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라인메탈, 개전 전야부터 '미국 무장' 선점…주가 4년 새 1700% 폭등


독일 최대 방산 기업 라인메탈은 전차·장갑차·포탄 등 지상 장비 분야의 압도적 공급 능력을 앞세워 이번 이란전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아르민 파퍼거(Armin Papperger) 라인메탈 CEO는 "우리는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무기를 공급할 최적의 위치에 있으며, 향후 10년간 거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했다. 라인메탈의 발표 직후 주가는 오히려 8% 하락했다. 제프리스(Jefferies) 분석가는 "가이던스 자체는 '현실적이지만 다소 약하다(realistic but soft)'"고 평가했다. 라인메탈 주가는 2022년 초 이후 이미 1700% 폭등한 상태로, 시장이 그 어떤 호재에도 이미 더 높은 기대치를 선반영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4년 새 수주 잔고 평균 135% 폭증…사브·라인메탈은 3배 이상


개별 기업을 넘어 유럽 방산 산업 전체가 전례 없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음은 수치가 증명한다. 라인메탈·레오나르도·BAE 시스템즈·프랑스 탈레스(Thales)·독일 헨솔트(Hensoldt)·스웨덴 사브(Saab) 등 유럽 6대 방산 기업의 연간 매출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평균 57% 증가했다. 미래 매출의 선행 지표인 수주 잔고(Order Intake)는 같은 기간 평균 135% 급증했다. 라인메탈과 사브는 각각 323%, 284%의 수주 폭증을 기록하며 업계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프랑스 탈레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27% 수주 증가에 그쳤다.

유럽 6대 방산 기업 핵심 지표 비교(2021→2025). 인포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6대 방산 기업 핵심 지표 비교(2021→2025). 인포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유럽 방산 기업 중 매출액과 시가총액 기준 최대 기업인 영국 BAE 시스템즈는 핵추진 잠수함부터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전투기에 이르는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복합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스웨덴 사브는 그리펜(Gripen) 전투기 수출 확대를 중심으로 탁월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영업이익이 됐다"…방산의 도덕적 딜레마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 방산 호황의 핵심 구조적 동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러·우 전쟁으로 소진된 유럽 각국의 재고 보충 수요, 둘째, NATO 회원국의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 달성 압력, 셋째, 이란 전쟁으로 증폭된 실시간 위협 인식이다.

그러나 방산 호황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도 짙다. 인명 피해가 누적되는 실제 전장의 비극이 주가 상승의 연료로 소비되는 구조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 유럽 금융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방산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세계 평화를 바라면서도 분쟁이 계속되기를 필요로 한다는 모순에 우리 스스로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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