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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값싼 돈’, 9.5조 달러 글로벌 대출 시장 흔든다… ‘금융 판로’ 재편 가속

내수 부진 뚫고 해외로 눈 돌린 중국 은행들… ‘초저금리·장기 만대’ 앞세워 공세
스타벅스·J&T 등 대형 딜 선점하며 서구권 은행 압박… ‘위안화 패권’ 강화 전략
중국계 은행들은 서구권 은행들이 제시하기 힘든 파격적인 금리와 유연한 조건을 내세워 9.5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대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계 은행들은 서구권 은행들이 제시하기 힘든 파격적인 금리와 유연한 조건을 내세워 9.5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대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
중국의 저금리 자금이 글로벌 대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자국 내 디플레이션 압력과 대출 수요 감소에 직면한 중국 대형 은행들이 넘쳐나는 유동성을 앞세워 아시아와 중동 등 해외 시장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 결과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계 은행들은 서구권 은행들이 제시하기 힘든 파격적인 금리와 유연한 조건을 내세워 9.5조 달러(약 1경27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대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 ‘메이드 인 차이나’ 저가 공세, 이제 금융 시장으로 전이


미국과 유럽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시달려온 것처럼,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중국계 은행들의 ‘금융 저가 공세’에 직면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중국 은행들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우량 차입자들에게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나티시스(Natixis)의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중국 은행들이 아시아 대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과 경쟁을 주입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외국계 은행들에 매우 위협적”이라며 “인프라와 원자재 분야에서 국제 금융기관들의 달러 대출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스타벅스부터 물류 거물까지… 파격 조건으로 글로벌 딜 싹쓸이


중국계 은행들의 공세는 구체적인 대형 계약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스타벅스 차이나는 지난해 11월, 사모펀드의 스타벅스 중국 소매 사업 지분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은행들은 약 14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 대출을 주선했다. 이 대출은 통상적인 7년 만기를 넘어선 10년 만기로 책정되었으며, 이는 글로벌 은행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J&T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홍콩 상장 물류 기업 J&T의 15억 달러 규모 재융자(리파이낸싱)에서도 글로벌 은행인 ANZ와 스탠다드차타드는 중도 포기했다. 중국계 은행 5곳을 포함한 대주단이 달러 기준 금리(약 4%)보다 훨씬 낮은 2.6%의 위안화 금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2025년 중국 은행들의 걸프 지역 신디케이트론 규모는 1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미국, 영국, 유로존 은행들의 합산액(46억 달러)을 압도하는 수치다.

◇ ‘위안화 굴기’의 가속화…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 당국은 2022년 해외 대출 규제를 완화한 이후, 저렴한 국내 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무역에서 위안화의 역할을 확대하도록 독려해 왔다. 최근에는 은행 대상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5%까지 낮추며 화력을 지원하고 있다.

차입자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달러 강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통화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위안화 대출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비록 위안화의 글로벌 거래 비중은 아직 8.5%(2025년 9월 기준) 수준으로 달러에 비해 미미하지만, 그 성장세는 가파르다.

◇ 한국 금융계와 글로벌 시장에 주는 시사점


중국발 저금리 유동성의 습격은 한국 금융기관들에게도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리 은행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와 중동 인프라 금융 시장에서 중국계 은행과의 ‘금리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단순 금리 경쟁보다는 한국 기업의 EPC(설계·조달·시공) 역량과 결합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이 필요하다.

나티시스의 분석처럼 서구권 은행들은 이제 중국 은행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하이브리드 대주단’ 구성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도 중국계 자금을 활용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프로젝트에서도 위안화 조달이 유리해지는 구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위안화 기반의 금융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여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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