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금융 강국 건설” 천명… 철광석·원유 결제 위안화 전환 가속화
미국 부채 위기와 제재 리스크 속 ‘탈달러화’ 반사이익… “20~30년 장기전” 예고
미국 부채 위기와 제재 리스크 속 ‘탈달러화’ 반사이익… “20~30년 장기전”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철광석, 원유 등 핵심 전략 물자의 결제 통화를 미국 달러에서 위안화로 전환하며, 이른바 ‘금융 초강대국’을 향한 수십 년 단위의 장기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열리는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두 회기)’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의 금융 굴기 비전은 더욱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 “물건 값은 위안화로”… 철광석 매입에서 시작된 통화 전쟁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은 중국 광물자원그룹(CMRG)과 세계적 광산 기업 BHP 간의 대립이었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 매입 시 미국 달러가 아닌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단순히 상업적 분쟁을 넘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의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당 이론지 ‘치우스’에 게재된 연설을 통해 중국이 금융 ‘초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핵심 우선순위로 ‘강력한 통화’를 꼽았다.
루이 멍 중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세계 최대 구매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타인이 만든 게임의 규칙을 따랐던 과거를 청산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 미국 달러의 신뢰 위기와 ‘탈달러화’의 가속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대외 조치들과 금융 제재의 ‘무기화’는 경쟁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을 확산시켰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자체 국경 간 결제 시스템(CIPS)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CIPS 처리 금액은 175조 위안(약 25.6조 달러)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서방 중심의 SWIFT 체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 제재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성격이 짙다.
◇ “아직 갈 길 멀다”… 자본 통제와 자산 깊이 부족은 한계
꾸준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달러의 지배력을 무너뜨리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팽팽하다. 1월 기준 글로벌 결제 비중에서 위안화는 3.13%를 기록해,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달러와 22%대의 유로화에 크게 뒤처져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의 엄격한 자본 통제와 역외 시장의 부족한 깊이다. 외국 상인들이 위안화를 받아도 이를 재투자하거나 환출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부족해 기축통화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찰스 창 복단대 교수는 “원자재 결제 통화 전환은 거대한 장벽에 작은 균열을 내는 수준”이라며, 위안화가 진정한 글로벌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 시장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금융 굴기와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한국 기업들과 금융 당국에도 복합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대중국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달러-원 환율뿐만 아니라 위안화 변동성에 대한 노출도가 급격히 커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위안화 직접 결제 비중 확대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와 중국의 CIPS 체제 사이에서 국내 은행권의 중립적인 국경 간 결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 제재 리스크로부터 우리 수출 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백업 시스템 검토가 요구된다.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국제 준비 통화 비중을 높여갈 경우, 국내 자본 시장 내 위안화 표시 채권 및 파생상품 시장을 육성하여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