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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반도체 업계, 1360억 달러 ‘역대급’ 지출 예고… AI발 공급 부족에 가격 인상 도미노

한국·대만·일본·중국 주요 기업 설비투자 25% 급증… 3년 만의 하락세 반전
뱅가드·윈본드 등 중소형사도 10~30% 가격 인상 단행… ‘낙수효과’ 본격화
AI 인프라 붐은 최첨단 프로세서를 만드는 칩 거인뿐만 아니라 주변기기 및 지원 칩 공급업체들에게도 혜택을 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I 인프라 붐은 최첨단 프로세서를 만드는 칩 거인뿐만 아니라 주변기기 및 지원 칩 공급업체들에게도 혜택을 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열풍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강타하면서 아시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인 1360억 달러(약 182조 원)의 자본 지출을 예고했다.
특히 그간 가격 인상에서 소외됐던 중소형 공급업체들까지 공급 부족을 이유로 수년 만에 처음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확산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 및 후공정(패키징·테스트) 기업들의 2026년 합산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 AI가 쏘아 올린 ‘낙수효과’… 중소형 반도체사도 가격 인상 가세


그동안 엔비디아와 TSMC 등 대형사들이 주도해온 가격 인상 흐름이 이제 전력 관리 칩(PMIC), 칩 기판, 특수 메모리 등 주변 부품 공급사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TSMC 계열의 파운드리 업체 뱅가드는 최근 고객사들에게 2026년 1분기 5% 인상에 이어, 2분기에는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관련 칩 수요 폭증을 반영해 10~15% 추가 인상을 통보했다. 류 팡 뱅가드 회장은 “생산 능력 확장과 신규 공장 건설 비용 상승으로 인해 서비스 가치를 반영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칩 기판 공급업체인 유니마이크론은 고급 유리 천 등 원자재 수급난을 이유로 이번 분기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AI 칩용 고급 기판 생산을 위해 올해 예산을 역대 최고치인 340억 대만달러(약 10억 달러)로 증액했다.

특수 메모리 업체 윈본드는 2026년 1분기 평균 판매 가격을 30% 이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윈본드의 올해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8배에 달하며, 이는 AI 서버 랙(Rack) 하나에 일반 PC 120대 분량인 약 120개의 NOR 플래시 칩이 들어가는 등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 한국·대만 거물들의 ‘쩐의 전쟁’… TSMC 560억 달러·SK하이닉스도 가세

글로벌 반도체 거물들도 기록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TSMC는 올해 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로 책정했으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2026년 자본 지출을 대폭 늘리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도 성숙 공정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며, 국내 수요 대응을 위해 연간 매출액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지출을 약속했다. 후공정 분야의 ASE 테크놀로지와 킹위안 전자(KYEC) 역시 AI 서버용 패키징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함에 따라 사상 최대 지출 계획을 세웠다.

◇ 공급망의 ‘숨은 복병’… 소형 부품 부족이 전체 배송 지연 초래


업계 전문가들은 대형 칩뿐만 아니라 간과되기 쉬운 소형 부품과 주변기기 칩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엔비디아와 아마존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작은 부품들이 공급 제한으로 인해 훨씬 비싸졌으며, 이는 최종 제품의 원활한 배송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델타 일렉트로닉스의 핑 청 CEO는 “지난 2년간 AI 수요가 너무 갑작스럽고 격렬해 준비했던 역량이 이미 다 소진되었다”며 “2028년 이후의 수요를 위해 지금 당장 공장 부지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건설 인력 부족과 수도·전력 공급 문제 등이 대규모 인프라 확충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 한국 산업계와 반도체 공급망에 주는 시사점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과 설비투자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준다.

기판(유니마이크론)과 특수 메모리(윈본드) 등 주변 부품 가격이 10~30%씩 오르면서 국내 완제품 및 모듈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산화율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AI 서버에는 최첨단 HBM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일반 DRAM과 플래시 메모리, 전원 조절기 등이 필요하다. 국내 중소 반도체사들도 AI 생태계에 필요한 특수 부품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전력과 수도 문제로 떠오른 만큼,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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