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1분기 DRAM 62% 폭등" 예고… 마이크론·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 가시화
역사의 반복 'CAPEX의 저주' 경고… 설비 증설 완료되는 2027년 중반이 시장 변곡점
역사의 반복 'CAPEX의 저주' 경고… 설비 증설 완료되는 2027년 중반이 시장 변곡점
이미지 확대보기폭주하는 AI 수요… "물건 없어서 못 파는" 메모리 시장
최근 메모리 업황을 견인하는 핵심은 인공지능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HBM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 제품이지만, 제조 공정에서 일반 DRAM 대비 웨이퍼 소모량이 3배 이상 많다. 이로 인해 범용 메모리 생산 능력이 잠식되면서 시장 전체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와 시장조사업체의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상반기까지는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UBS는 올해 1분기 일반 DRAM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2%, 낸드(NAND)는 40% 상승할 것으로 정조준했다.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이 올해 5516억 달러(약 796조 원)에서 내년 8427억 달러(약 1216조 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마이크론의 2분기(회계연도 기준)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 2배, 영업이익 5배 이상의 성장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설비투자는 업황 붕괴의 선행 지표"… 2027년 '공급 쇼크' 시나리오
하지만 반도체 업계와 월가에서는 지금의 기록적인 설비투자(CAPEX) 규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배런스가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형적인 주기성(Cyclical) 산업으로, 공급 부족 시기에 단행된 대규모 투자가 제품 양산 시점과 맞물려 '공급 과잉'으로 돌변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롤프 벌크 푸투럼 반도체 연구 소장은 "역사적으로 설비 투자액의 급증은 시장 주기가 뒤바뀌는 가장 강력한 선행 지표였다"고 평가했다. 현재 주요 기업들이 확약한 투자 규모는 시장의 소화 능력을 시험대에 올릴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클린룸 건설과 장비 반입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2026년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밑돌겠지만, 대규모 생산 라인이 완공되는 2027년 중반이 업황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굴기와 신기술 공세… 투자자 '엑시트' 시점 고민해야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도 감지된다. 인텔과 소프트뱅크가 공동 개발 중인 'Z-앵글 메모리(Z-Angle Memory)'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HBM보다 높은 용량과 전력 효율을 내세워 기존 메모리 3사의 과점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대항마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가 하락이 실적 하락보다 먼저 찾아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메모리 주식은 실적이 정점에 달하기 전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축소가 먼저 일어난다"며 "2027년 업황 둔화가 예상된다면 시장은 그보다 훨씬 앞서 반응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낙관론도 존재
물론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도 상존한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고도화된 패키징 공정의 기술적 난도는 2027년 예고된 공급 과잉의 파고를 낮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우선 전력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2년 대비 2026년에 최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력망 확충 속도가 반도체 생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제 가동률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에 필수적인 'TSV(실리콘 관통 전극)' 및 차세대 패키징 공정은 일반 메모리보다 공정 단계가 복잡해 수율 확보가 매우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수율 손실이 커져 설비 증설량 대비 실제 시장에 풀리는 '양품'의 양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이러한 '물리적 제약'들이 공급 과잉 시점을 늦추는 완충 작용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메모리 업체들이 과거와 달리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가동률 전략을 고수한다면 '치킨게임' 식의 폭락은 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27년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시점에는 현재와 같은 '깜짝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슈퍼사이클'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공급 주기(Cycle)의 냉혹한 실체를 직시하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시장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