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진공 챔버서 ‘자기부상’ 혁신…토카막 대비 저비용·단순 구조로 상용화 난제 해결
2년 내 차세대 장치 ‘타히’ 가동, 2030년대 소도시 전력 공급하는 ‘분산형 핵융합’ 청사진
2년 내 차세대 장치 ‘타히’ 가동, 2030년대 소도시 전력 공급하는 ‘분산형 핵융합’ 청사진
이미지 확대보기뉴질랜드의 핵융합 스타트업 오픈스타 테크놀로지(OpenStar Technologies)가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 난제인 초고온 플라즈마 제어와 열 손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블룸버그 통신(Bloomberg)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오픈스타가 5m 크기의 진공 챔버 내부에서 100만 도에 이르는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그 중심에 0.5t 무게의 초전도 자석을 공중에 띄우는 ‘자기부상’ 실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의 거대 장치인 토카막(Tokamak) 방식보다 구조가 훨씬 단순하면서도 경제성이 높은 ‘레비테이티드 디폴(Levitated Dipole)’ 기술의 실효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0.5t 초전도 자석 공중 부상…‘지지대 없는’ 플라즈마 제어 실현
하지만 기존 방식은 자석을 고정하는 물리적 지지대가 플라즈마의 열을 빼앗거나 불순물을 발생시켜 효율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오픈스타는 고온 초전도 자석을 공중에 띄워 플라즈마와 격리하는 ‘자기부상’ 기술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오픈스타 최고경영자(CEO) 라투 마타이라(Ratu Mataira)는 지난 17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물리적 지지대를 없앰으로써 플라즈마를 더 오랫동안, 더 안정적으로 가두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이는 핵융합 장치를 소형화하고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험에 사용된 ‘주니어(Junior)’ 장치가 기록한 100만 도의 온도는 상용화를 향한 시작 단계에 불과하나, 자기부상 시스템의 구동 안정성을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토카막 방식 한계 넘나…단순 구조로 소도시 전력 공급 목표
현재 국제 핵융합 연구의 주류는 도넛 형태의 거대 장치인 토카막 방식이다. 그러나 토카막은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건설에 수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오픈스타가 채택한 ‘레비테이티드 디폴’ 방식은 지구 자기장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원리를 모방하여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 방식은 자석이 플라즈마 안쪽에 위치하는 ‘인사이드 아웃’ 구조를 취한다. 이를 통해 장치 크기를 줄이면서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하여 지난 5일 오픈스타에 3500만 뉴질랜드 달러(약 302억 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결정했다.
셰인 존스(Shane Jones) 뉴질랜드 지역개발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오픈스타의 기술은 안정성, 비용, 확장성 면에서 기존 경쟁 기술보다 우위에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대형 발전소 위주의 에너지 체계를 소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50~200메가와트(MW)급 분산형 핵융합 시스템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내 차세대 모델 ‘타히’ 가동…글로벌 핵융합 패권 경쟁 가속
오픈스타는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차세대 장치인 ‘타히(Tahi)’ 건설에 착수했다. 타히는 실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더 높은 자기장과 플라즈마 밀도를 구현하도록 설계되었다. 이어 2030년대 초반에는 상용화 전 단계인 ‘마우이(Maui)’ 모델을 선보인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00만 도에서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확보해야 하며,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 순증(Net Energy Gain)’을 달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틸(Peter Thiel)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들이 오픈스타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기술의 단순함이 주는 강력한 경제적 유인이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오픈스타의 성과는 핵융합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소규모 자본으로도 도전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글로벌 핵융합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