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4분기 매출 10% 급락, 10분기째 역성장…케어링 주가 올해 14% 증발
루카 데 메오 회장, 뷰티 부문 40억 유로에 매각하고 매장 75곳 폐쇄하는 ‘살점 도려내기’ 단행
이달 말 밀라노 ‘뎀나’ 데뷔전이 마지막 승부수…흥행 실패 시 ‘명품 제국’ 위상 흔들
루카 데 메오 회장, 뷰티 부문 40억 유로에 매각하고 매장 75곳 폐쇄하는 ‘살점 도려내기’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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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명품 업계의 상징인 구찌(Gucci)가 중국 시장 침체와 소비 위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10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경제 전문 매체 뱅키에르(Bankier.pl)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구찌의 모기업 케어링(Kering) 그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사업부를 매각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경영 쇄신에 나섰다고 전했다.
30년 넘게 공공 부문과 경제 현장을 누벼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행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신호라고 분석한다.
‘감원·폐쇄·매각’ 3중 처방…르노 출신 회장의 비정상 경영 정상화
케어링 그룹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0%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 범위 안에는 들어오나, 이탈리아 패션의 자존심인 구찌가 2년 넘게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케어링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4% 하락했으며, 지난달 고점 대비 약 17% 급락한 535유로(약 92만 원) 선까지 밀려났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루카 데 메오 회장은 과거 자동차 기업 르노(Renault)를 회생시킨 방식을 패션 산업에 그대로 이식하고 있다.
데 메오 회장은 취임 직후 전 세계 75개의 매장을 폐쇄하고, 알렉산더 맥퀸 등 그룹 내 주요 브랜드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특히 재무 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해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이던 뷰티 사업부를 로레알(L'Oréal)에 40억 유로(약 6조9000억 원)를 받고 매각하는 강수를 뒀다.
17조 원 순부채와 ‘구찌 의존도 65%’ …외발자전거 구조의 한계
케어링 그룹이 이처럼 ‘살점 도려내기’식 처방에 나선 배경에는 구찌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익 구조와 악화된 재무 건전성이 자리 잡고 있다. 관련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구찌는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 영업이익의 약 65%를 홀로 책임지는 구조다. 구찌의 부진이 그룹 전체의 존립 위기로 이어지는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2025년 말 기준 케어링의 순부채 규모가 약 100억 유로(약 17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부채 비율이 경쟁사인 LVMH나 에르메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구찌의 영업이익률이 한때 40%를 넘나들었으나 현재는 20%대 중반까지 추락한 만큼, 이번 자산 매각 대금 대부분을 단기 채무 상환과 신용등급 유지에 쏟아부어야 할 처지라고 해석한다.
밀라노 상륙하는 ‘뎀나’ 카드…혁신 DNA 주입해 ‘포스트 차이나’ 준비
이제 시장의 눈은 오는 4월 발표될 데 메오 회장의 공식 회생 전략과 그에 앞서 이달 말 열리는 밀라노 패션위크로 쏠리고 있다. 이번 무대는 발렌시아가를 세계적인 현상으로 만들었던 디자이너 뎀나(Demna)가 구찌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치르는 데뷔전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뎀나가 과거 발렌시아가에서 보여준 ‘파격적 실험’이 구찌의 고전적 이미지와 결합해 새로운 현금 창출원이 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런웨이에서 공개할 새로운 디자인이 소비자의 지갑을 즉각 열지 못한다면, 케어링이 약속한 주당 1유로의 배당금만으로는 투자자들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명품 시장의 불패 신화가 흔들리는 지금, 구찌가 ‘디자인 혁신’과 ‘재무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럭셔리 제국의 지형도가 다시 그려질 전망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