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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IPO ‘속도전’…은행들 “짧게 끝내야 시장 리스크 줄인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독일 주가지수 DAX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독일 주가지수 DAX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투자은행들이 상장 절차를 대폭 압축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상장 과정에서의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IPO를 공식 발표한 뒤 투자자 주문을 받는 북빌딩 기간은 올해 유럽 시장에서 평균 5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평균 10일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은행들은 북빌딩 기간이 길어질수록 예기치 못한 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한 체코 방산기업 체코슬로바키아 그룹(CSG)은 유럽 방산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 IPO로 상장 첫날 기업가치가 330억 유로(약 57조 원)에 달했다. 이 거래의 북빌딩 기간은 단 3일에 그쳤다. 북빌딩 기간은 기업이 IPO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 투자은행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실제 매수 의향과 가격을 받아 수요를 파악하는 기간이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기업 아스타 에너지도 4일간의 짧은 마케팅 이후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해 첫날 주가가 46% 급등했다.

앙투안 노블로 BNP파리바 북유럽·중동·아프리카 주식자본시장 총괄은 “유럽 IPO의 핵심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굳이 오랜 기간 시장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IPO 북빌딩 기간은 점차 짧아졌고 팬데믹 당시 비대면 투자자 미팅 확산도 이런 변화를 가속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마케팅 기간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유럽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강해지면서 은행들은 상장 발표 이전 수개월 동안 잠재 투자자들과 비공식 접촉을 늘리고 있다. 노블로 총괄은 CSG IPO와 관련해 공식 북빌딩에 들어가기 전 수개월 동안 150명 이상의 투자자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공개 이전에 이미 가격과 핵심 투자자 구성이 상당 부분 정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불안은 실제로 IPO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비스마는 최근 주식시장 조정 여파로 런던 증시 상장 연기를 검토 중이며, 미국에서는 모바일 광고 업체 리프트오프가 시장 상황을 이유로 IPO를 미뤘다.

강한 투자 수요는 코너스톤 투자자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아스타 에너지는 지멘스 에너지와 BNP파리바 자산운용, 인베스코 자산운용, WCM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5500만 유로(약 950억 원)를 유치해 총 1억2500만 유로(약 2150억 원) 규모의 IPO를 진행했다. CSG의 경우 블랙록과 카타르투자청 산하 기관이 9억 유로(약 1조5600억 원)를 투자했다.

안비타 아로라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주식자본시장 공동총괄은 “현재 분위기는 가능한 한 빠르게 거래를 확정해 불확실성을 줄이자는 쪽”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투자 대상을 분산하려는 흐름도 북빌딩 단축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인 2020~2021년 유럽 IPO 시장에서 나타났던 짧은 마케팅 기간과 코너스톤 투자자 중심 구조가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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