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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안 팔면 관세 폭탄"...1경 원 '미·유럽 경제 혈맹' 붕괴 위기

'관세맨' 트럼프, 유럽 향해 25% 고율 관세 위협... 동맹국 간 초유의 무역 전쟁 전운
美·EU 상호 투자액만 7.6조 달러... "싸우면 둘 다 죽는 공멸(共滅) 시나리오"
사우스캐롤라이나 BMW 공장·실리콘밸리 빅테크 '직격탄'... 글로벌 공급망 셧다운 공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불발을 빌미로 유럽 동맹국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인 대서양 동맹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불발을 빌미로 유럽 동맹국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인 대서양 동맹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불발을 빌미로 유럽 동맹국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인 대서양 동맹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에 맞춰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무역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미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부터 남부 제조업 벨트까지 미 경제 전반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란드'가 쏘아 올린 무역 전쟁... 유럽 "147조 원 보복 관세로 맞불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덴마크,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을 지목, 다음 달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그린란드 매입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61일부터는 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표적은 프랑스산 와인과 향수, 독일 자동차 등 유럽을 대표하는 고부가가치 수출품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집결한 유럽 지도자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응해 1000억 달러(147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의 유럽 내 공공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브래드 세서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유럽은 정치적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Red state)의 특산품인 버번위스키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정밀 타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1경 원' 경제 공동체... 서비스·투자가 아킬레스건


미국과 유럽 경제는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서비스와 자본으로 깊숙이 얽혀 있다. 미 상무부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유럽에 직접 투자(FDI)한 누적 금액은 39700억 달러(5860조 원), 유럽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6400억 달러(5370조 원)에 이른다. 양측의 투자액을 합치면 76000억 달러(11200억 원)가 넘는 거대 자본 시장이 형성돼 있다.

특히 서비스 무역에서의 상호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2022년 통계를 보면 미국의 서비스 수출 대상국 1위는 아일랜드(800억 달러, 118조 원), 2위는 영국이다. 이는 중국(5)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아일랜드가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본사를 두고 지적재산권 수수료와 금융 서비스를 거래하는 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필립 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 프로그램 국장은 "현재 진행 중인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은 상당 부분 유럽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이보다 더 깊은 무역 관계는 사실상 없다"고 강조했다.

"관세는 자충수"... 미 제조업·테크 기업 역풍 우려


전문가들은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제조업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에 있는 BMW 공장이다. 12000명을 고용하는 이 공장은 엔진과 부품 상당수를 유럽에서 들여와 조립한 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다시 유럽 등지로 수출한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관세로 부품 비용이 오르고 유럽이 보복 관세까지 부과하면 미국 내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크 업계의 우려도 크다. 스리다 라마스웨미 스노우플레이크 최고경영자(CEO)는 다보스 현지 인터뷰에서 "성공한 테크 기업 매출의 상당 부분이 서유럽에서 나온다"며 관세와 규제 강화가 기업 실적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U가 미국 테크 기업을 겨냥해 '()강압 기구(Anti-coercion instrument)'를 가동할 경우, 아일랜드 등 조세 회피처를 통한 지식재산권 수익 모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자산 투매' 공포와 시장의 내성... 장기적으론 '디커플링' 우려


금융 시장에서는 유럽 자본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은행 FX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유럽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과 채권 규모는 약 8조 달러(11800조 원),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보유량을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방 동맹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유럽이 미국 자산을 계속 보유할 유인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치 누점 프랭클린 템플턴 임원은 "시장은 이미 트럼프식 관세 위협에 내성이 생겼다""혼란스러운 과정이겠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학습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꺾이지 않았고, S&P 500지수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러블리 연구원은 "한번 무역 관계가 틀어지고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면, 이를 다시 되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미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잃고 중국 등 경쟁국에 그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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